매거진 안으로

단호하지 못하는 성격

by 행북

나는 성격이 좀 물렁하다.

좋게 말하면 포용력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바보다.


사람을 너무 믿고,

쉽게 마음을 주고,

상처받고도 다시 웃어준다.


같이 있으면 괜히 기운이 빠지는 사람,

예의 없는 후배가 싫다가도

그 사람이 나에게 조금만 다정하게 굴면

마음이 스르륵 풀린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렇게까지 나쁘게 볼 일은 아니었나?’

자꾸 내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또 잘해준다.

그리고 또 상처받는다.


무한 반복이다.

왜 이럴까.

왜 나는 단호하지 못할까.


“자꾸 상처받는 건

당신이 나쁘지 않아서 그래.

사람을 미워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니까.”

-정한경


맞는 말이다.

나는 미워하는 법을 잘 모른다.

마음이 약한 게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큰 거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을 무작정 품는 게

나를 가장 쉽게 지치게 만든다는 걸.


관계를 좁히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혜다.

불편한 사람을 억지로 받아들이는 대신,

편한 사람을 지킬 줄 아는 용기.

이제는 그런 걸 배워야 할 때다.


“나는 왜 항상 같은 방식으로 아플까.

그건 내가 아직도,

상처보다 사람을 더 믿기 때문이다.”

-박노해


그만 믿고 싶다.

이제 사람 좀

그만 좋아할 때도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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