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으로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바라며 어머니에게 쓴 글

by 행북

이젠 엄마를 보면,

엄마라는 이름보다

한 여자로서,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나이를 먹은 걸까.


떠오르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같다.

일하는 모습, 밥을 차려주는 모습.

그 두 가지가 전부였다.


자신을 위해 무언가에 투자하는 모습,

취미를 즐기거나 친구를 만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엄마의 삶은 늘 ‘일과 집’의 반복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어

여행지로 모시고 가면,

어색한 웃음 끝에

“집이 제일 편하다” 하신다.

해외여행은 아예 사양하셨다.


주말엔 화제작 ‘오징어게임’을 함께 보자며

TV를 켜본 적도 있다.

‘이건 좋아하시겠지’


하지만 엄마는 금세 흥미를 잃고

조용히 주방으로 향하셨다.

영화관에 가자고 해도

‘지루하다’ 한마디로 끝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엄마는 집에만 있으려 하실까.

왜 취미 하나 갖지 않으실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을 일과 집만 오가셨기에

그 길이 가장 편하고 익숙한 것이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다만 ‘나 자신을 돌보는 작은 습관’ 속에 숨어 있다.”

-에픽테토스

굳어진 생활에 변화를 주려니,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오셨을까.


딸의 입장에선 아쉽다.

이제야 좋은 곳 모시고 가고 싶은데.


엄마의 인생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식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엄마 자신을 위한 삶이길 바란다.


“누구든 한 번뿐인 삶을 산다.

그 삶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길 바란다.”

-메이 서튼


엄마의 행복을 위해 딸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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