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으로

편안함 중독

by 행북

자상하고 다정한 남편.

몸에 배려가 배어 있어서,

곁에 있으면 늘 편안하다.


요즘은 집안의 전자기기들도

모두 남편이 어플로 관리한다.

로봇청소기, 에어컨, 건조기까지.

나는 그저 ‘켜줘’ 한마디면 됐다.


얼마 전, 혼자 집에 있을 때였다.

작은방 청소를 하려고 어플을 켰는데

오랜만이라 로그인부터 다시 해야 했다.


제품명을 찾고,

기기를 등록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일에 한참을 썼다.

비밀번호를 찾느라 꽤 시간을 보냈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 초보 운전자다.

남편이 옆에서 늘

“이제 차선 바꿔” 하고 알려준다.


그런데 혼자 운전할 땐,

내비 하나 보는 것도 버겁다.


그때 깨달았다.


배려 속에서 편안해졌고,

편안함에 익숙해지면서

내 힘이 조금씩 약해졌다는 걸.


혼자 할 줄 아는 게

서서히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근육이 약해진다.

일상도 같다.


너무 편안함에 젖어 있으면

자립심의 근육도 서서히 사라진다.


“인간은 안락함 속에서는 거의 배우지 못한다.”

-알도 레오폴드


불편함이 전혀 없다면,

우리는 이미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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