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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으로

끝까지 걷는다는 것

by 행북

〈극한84〉라는 예능이 있다.


원래 기안84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TV를 켰다.


세계 3대 극한 마라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

아프리카로 떠나 풀마라톤을 뛴다.


트레일러닝 코스로,

가혹하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기안84면 잘하겠지.’

그 정도의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스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급경사가 이어지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쉼 없이 반복됐다.


화면 너머로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이 느껴질 만큼

날씨는 무더워 보였다.


기안84는 계속 물을 찾았다.

걷다가,

절뚝거리다가,

다시 뛰다가.


토하고,

쓰러지고,

좌절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반면 다른 한 명은

비교적 여유롭게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모든 장면을 다 보고 난 뒤,

내 머릿속에 남은 건

빠른 순위가 아니었다.


온몸이 망가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기안84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은

이상하리만큼

인생과 닮아 있었다.


삶은 대개 평탄하지 않다.

갈증을 느끼고,

수없이 넘어지고,

아픈 순간들을 지나야 한다.


내가 아름답다고 느낀 삶은

앞서가는 속도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자기 걸음으로

끝까지 걸어가는 태도였다.


“인생은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지속의 기록이다.”

-알베르 카뮈


그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조용히 그려보았다.


세상에 계속 도전하며,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걷는 사람으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어도

바람과 나란히 걸으며

멈추지 않겠다고.


어떤 인생의 장면을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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