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두 사람이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저 사람, 사람 잘 봐요.
많은 사람을 겪었기 때문이에요.”
맞는 말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그 세계를 읽는 속도는 분명 빨라진다.
걸음걸이, 표정, 말의 결.
의식하지 않아도 데이터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쌓인다.
그래서 나는 늘
다양한 사람을 만나본 사람이
사람을 잘 꿰뚫고,
통찰력도 깊다고 생각해 왔다.
부딪혀본 시간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늘 누군가를 만나고
많은 사람을 겪는 것보다
어쩌면,
덜어내고
혼자 있는 시간이
사람을 보는 눈을 더 키워주지는 않을까.
혼자 있을 때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한 발 물러나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
군중 속에 오래 있으면
내 기준은 쉽게 흔들린다.
나는 누구와 어울리는 사람인지,
내 옆에는 어떤 사람이 맞는지.
그 질문을
전보다 훨씬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고독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깊어질수록
통찰 또한
같이 깊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발로 뛰는 경험과
고요한 사유가 함께할 때
그것은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지혜가 된다.
관계를 줄이면
설명해야 할 에너지도 줄어든다.
존재 자체를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사람 곁에서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진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구별하는 것보다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람과 어울릴 것인가는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과 닮아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
아무와도
쉽게 가까워지지 말 것.
곁에 둘 사람만큼은
신중히 골라보자.
“인간의 거의 모든 불행은
혼자 조용히 방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데서 비롯된다.”
— 블레즈 파스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