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마음에 들어오기 전에

by 행북

지인 다섯 명과 점심을 먹었다.

편한 자리였고,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화 중에

A가 B에게 말했다.


“너는 참 불편한 사람 같아.”


툭, 하고 던진 말이었다.

순간 나는 괜히 더 긴장됐다.

‘저 말, 괜찮은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잠깐 어색해질 뻔한 그때,

B가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 나도 내가 불편해 죽겠어.”


그 말에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나는 속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아마 웃지 못했을 거다.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하면서

마음에 오래 남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B는 그러지 않았다.

그 감정을 굳이 받지 않았다.

부정하지도 않고,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냥 인정하고,

그대로 흘려보냈다.

말이 마음 안쪽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선만 그어둔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알았다.

모든 말을

가슴 깊숙이 넣지 않아도 된다는 걸.


빠르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태도.

나는 그게

참 단단한 용기처럼 보였다.

B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오늘도 하나 배운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군다면,

당황하거나 상처받기보다

가볍게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침묵이 가장 현명할 때도 많다.

굳이 모든 말에

대답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확실한 건 있다.


무례한 말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건,

그 말을

내 마음에 들이지 않기로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


인정하고 넘어가는 용기를

곁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고맙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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