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넘게 한 삼행시

by 행북

자기 전이면

나는 늘 남편에게 삼행시를 제안한다.


“얼른, 운 띄워줘.”


그러면 남편은,

“벌써 백 번은 했잖아. 이제 그만할 때도 됐어.”


“백 번은 아니지.”

“아니야, 진짜 백 번은 넘었어.”


이런 사소한 말들로

우리는 잠들기 전,

아무 의미 없는 실랑이를 한다.


삼행시는 늘 즐겁다.

잘하지 않아도 되고,

센스가 없어도 괜찮고,

말이 엉켜도

결국엔 웃고 끝나게 된다.


잠깐의 창작의 즐거움과

마지막에 꼭 남는 웃음의 여운이 있어서

나는 이 놀이가 좋다.


자기 전, 침대 위에서 하는

우리만의 루틴이다.


남편은 직접 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운만 띄워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귀찮은가 싶다가도

결국 둘 다 웃고 만다.


이 사소한 루틴은

벌써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요즘 내가 가장 감사하게 느끼는 행복은

크거나 특별한 게 아니다.


잠들기 전,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 생각 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나에겐

잔잔한 행복이다.


꼭 멀리 떠나야만

행복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고,

조용하고,

편안하다.


오늘 하루도

가족과 함께

소소하지만 웃을 수 있는 시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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