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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에 떠나본 적이 없다면

by 행북

조식을 먹던 중, 옆자리에 앉은 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딸이 어버이날을 맞아, 엄마에게 효도 여행을 선물한 듯했다.


좁은 식당이라 그런지, 마치 나까지 셋이 함께 식사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툴툴거리며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는 딸의 모습이 꼭 나 같았고,

그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조금 더 몸을 기울여 가까이 앉은 엄마는, 말없이 딸을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그 엄마에게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딸은 엄마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않았고,

따뜻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함께 여행을 와서

조식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 참 따뜻하고, 다정해 보였다.


두 사람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온다면, 저런 모습일까.’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내가 본 엄마의 모습은

쉬지 않고 일만 하시는 모습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단둘이 여행 한 번 간 적이 없었다.


가족끼리 함께한 여행은 몇 번 있었지만,

엄마와 나, 둘만의 시간은 없었다.

카페에 함께 앉아 차를 마신 기억조차 희미하다.


늘 나를 어린 딸로만 바라보던 엄마.

같이 여행에 떠나게 되면

여자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

늘 나를 챙겨주기만 하셨던 것 같다.


한 번도 힘들다는 말 없이

묵묵히 버텨온 엄마를 보며,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늘 부족함 없이 자라온 내가

철없이 우린 잘 사는 집이라 믿었던 어린 나,

지금 와서야 깨닫는다.


6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신 엄마.

그 시간 속에서 겪은 감정들과 경험들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여행을

‘시간이 없어서’, ‘형편이 안 돼서’라는 핑계로

몇 번이나 미뤄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세상의 모든 길을 다 돌아도, 가족과 함께한 길이 가장 소중하다.”


모녀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조식을 먹으며, 마음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여행을 떠나면

왠지 둘 다 아이가 될 것만 같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온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만 같다.


“가장 값진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것이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설렌다.

그래서 이번엔 꼭,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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