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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게 좋은 건 다 아니더라

by 행북

한참 어린 동생이

주변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돌렸다.


“힘내시라고요.”


열 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밝은 얼굴로 음료를 건넨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던 순간,

옆에 있던 동료가 말했다.


“부담스러워.”


칭찬받아야 할 동생이

그 말 한마디에 부담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예전에 나도

가까운 동료에게 아침마다 커피를 건넨 적이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 사람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일방적으로 뭔가를 주는 게… 폭력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때 처음 알았다.

배려마저도 누군가에겐 아닐 수 있다는 걸.


나는 누군가 내게 무언가를 건넸을 때

그 마음이 예뻐서,

감사히 받는 편이다.

그리고 상대가 민망하지 않게

잘 받는 것도 마음씀씀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이 문장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상대의 그릇만큼만 마음을 줘라.

넘치면 흘러버릴 뿐이다.”


물질적인 것도 그렇지만,

정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물을 가득 따르지만,

상대의 잔이 작다면

그 물은 결국 흘러넘친다.


바닥은 엉망이 되고,

관계도 함께 엉망이 된다.


“나누는 것도 기술이다.

아무에게나 주는 건 흘리는 것이다.”


주는 마음은 예쁘지만,

그 마음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

예쁜 마음을 고맙게 받아주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사람에게 줄 것.


그럴 때 관계는 건강하게,

조금 더 오래갈 수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선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오늘도

조금씩,

관계에 대해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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