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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하다가 느려졌습니다

by 행북

나와 친한 직장 동료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알수록 망설여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다.

배우고, 알수록 조심스러워지고

망설여지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누구보다 빠르게 해냈다.

‘오, 나랑 이 업무 잘 맞나 보다.’

스스로 감탄하며 자신 있게 일처리를 했다.


하지만, 같은 일을 8년째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다르다.

저게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이건 어떤 원리일까.


하나를 할 때마다 멈칫하고,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

망설임이 쌓이고, 신중함이 자란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을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예전엔 옳다고 믿었던 말들과 행동들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말 한마디를 할 때도

행동 하나를 할 때도

자꾸만 조심스러워진다.


때로는 침묵하게 되고,

섣불리 움직이지 않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의심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확신한다.”


회사 동생은 악기를 배울수록

연주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감정 가는 대로 자유롭게 연주했지만,

배우다 보니 생각할 게 많아졌다고 했다.


알수록 겸손해진다.


“많이 알수록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더 많이 알게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해가 거듭될수록

예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나는 늘 ‘긍정적이면 다 괜찮다’고 믿었다.


하지만 물고기를 양지바른 땅에 올려놓는다고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환경도, 성질도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점심.

회사 동생의 한마디에

나는 다시 한번 배웠다.


오늘보다 더 겸손하게,

오늘보다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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