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시집보내고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위오빠 언니들은 다 집에서 혼례를 치렀다. 예식장에서 부모님 자리에 앉아 계신 엄마를 보고 있으니 쓸쓸했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엄마와 나란히 앉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버지도 먼 데서 언니를 지켜보실 거라고 혼자서 생각했다. 입장하는 언니를 보고 자리에 앉아계신 엄마를 보았다. 언니가 아닌 동생이 시집을 가고 동생이 아닌 언니가 이 관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흐뭇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으며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인지 우리들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 하얀 드레스를 입은 언니를 처음으로 보니 천사같이 고왔다. 그렇게 까불고 놀러 다니더니 시집을 간다고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웃음도 나왔다. 오빠의 손을 붙잡고 식장에 들어간 언니는 정말 이뻤다. 식장에 서기까지의 일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나왔다. 기뻐서 우는 건지 슬퍼서 나오는 눈물인지 분간을 못했다. 한편은 섭섭하고 한편은 시원하기도 하고 나보다는 엄마가 더 그러셨을 것 같았다. 식장에 손님들은 많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허전했고 우리들은 쓸쓸하게 식장을 빠져나왔다.
결혼식이 끝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식이 끝나고 나서도 일은 줄줄이 줄을 이었다. 들어온 축의금 때문이었다. 어쩌면 하나서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일이었다. 함이 들어올 때도 함값을 친구들한테 주라고 엄마가 돈을 주었다고 했다. 그랬으면 그 선에서 알아서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술이 떨어졌다고 술을 사 오고 돈이 없다고 또 엄마한테 달라고 하니 옆에서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언니가 기절까지 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다시 축의금 때문에 소란을 피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는 축의금이 들어오면 우리 집 수리한 것을 갚으려고 했는데 큰오빠와 큰올케언니는 안 준다고 해서 문제 되었다. 축의금으로 예식장비와 식대비를 주고 나서 생각보다 들어온 돈이 있었던 것 같았다. 오빠네도 들어간 것이 있었겠지만 잔치 치르면서 필요할 때마다 엄마한테 달라고 해서 다 대주어서 그다지 큰돈이 들어갈 일은 없었다. 그 때문에 오빠네로 오라고 해서 또 혼이 났다. '누굴 오라 가라 하냐고 볼일이 있으면 지네들이 와야지' 이모님이 참다못해 한마디 하셨다. 오빠네가 왔다. 식이 끝나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남은 음식 먹으면서 재미있게 지낼 줄 알았다. 그런데 예식을 치르기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작은 형부는 술에 취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 옆에서 언니는 창피해 죽겠다고 집에서나 나와서나 똑같다고 울상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한 마디 하셨다. 이모님도 거들었다. 여기에 가만히 있을 큰올케언니가 아니었다. 오빠가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 뒤로도 올케언니는 한참을 떠들고 나서 나갔다. 집안 분위기는 더 안 좋아졌다. 그렇다고 돈을 주고 간 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오빠한테 다는 말고 집수리비만 보태달라고 하셨다. 엄마는 그 말 한마디 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또 힘들게 꺼낸 이야기인지 오빠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결혼식을 치르고 부모 자식 사이에 남부끄러운 일 하나를 가슴에 묻어 두고 엄마는 딸하나를 시집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