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할머니 집
서울로 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 내가 서울로 가고 나면 엄마도 집을 떠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내가 벌어서 엄마 드릴 테니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집에서 너도 없는데 우두거니 있으면 뭐 하냐고 싫다고 하셨다. 서울로 가기 전에 아산언니네서 있기로 했다. 그곳에서 나를 데리고 갈 사람을 만나기로 했었다. 그래서 나는 버스를 타고 엄마와 강아지는 걸어서 가게 되었다. 강아지라고 했지만 꽤 큰 데다가 버스에 태울 수가 없었고 또 태워주지 않아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팔 수도 없는 것이 새끼가 들어서 무리하게 걸려서 언니네를 가게 된 것이었다. 가다가 강아지가 힘들면 엄마는 안아서 걸어갔다고 하셨다. 동네 오빠네가 있어서 맡겨 놓아도 되는데 올케언니가 싫어해서 아예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강아지를 먼 곳까지 데리고 간 것이었다. 가면서 넓은 들판을 걸어가셨을 때 엄마의 심정은 어떠셨는지 또 얼마나 쓸쓸하고 힘드셨을지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신작로 길은 강아지가 위험해서 일부러 들길을 따라서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집에 가셔서는 텅 빈 방에 나도 강아지도 없는 빈집에서 얼마나 허전해하셨을지 또 나를 보내놓고 엄마는 혼자서 얼마나 속상해하고 우셨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2~3일 언니네서 강아지와 지내다가 나는 서울로 갔다.
서울 할머님댁은 당산동에 있었고 아들 두 분과 딸 넷을 두고 모두 결혼해서 손자 손녀들이 있었지만 혼자서 생활을 하고 계셨다. 집은 겉에서 보면 삼층집이지만 안채는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대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가게 문이 있고 중문은 미닫이로 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채 쪽방이 있었고 침대가 놓여 있는 큰 방과 거실이 있었으며 옆집을 볼 수 없게 아주 높은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안방과 연탄광 부엌과 화장실이 있었으며 밖으로 나가면 장독대와 그 밑으로 지하창고가 있었다. 안방과 거실에서 주방으로 나가는 문 사이에는 문대신 블라인드로 열고 닫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쪽방 문만 여닫이로 되어 있었고 안방과 작은방은 미닫이 창호지 방문과 창문으로 되어 있었다. 또 거실 문은 모두 유리로 미닫이 문이었다. 봉당은 시멘트로 되어 있었고 다시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른쪽에는 가게가 있었고 그 옆으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이 계단은 3층 옥상까지 연결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여기서 나오는 월세로 생활을 하셨고 저축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었다. 쪽방부터 거실과 부엌바닥은 모두 나무로 되어 있었고 방마다 연결되는 거실바닥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나무 마룻바닥에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고 들어 올리면 아궁이 입구가 보이고 내려가서 꼬챙이로 잡아 끌어내면 연탄불을 갈 수 있는 연탄화덕이 나온다. 집구조가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추웠다.
그 이층 아주머니가 소개를 해서 온 것이었다. 할머니와 인사하고 이내 할머니는 집안구석구석을 안내를 해주시고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이제부터 여기가 내가 살집이다 생각하고 시작했었다. 도우미로 있으면 따로 생활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좋은 장점이 있었다. 처음에 할머니가 알려주고 시키는 대로 살림을 해 나갔다. 식구가 많지 않아서 좋기는 했다. 할머니와 둘이만 밥 해 먹고 치우고 빨래하면 되니까 그런데 가족이 수시로 드나들 때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나 혼자서 다 하지 않고 조금씩 도와주어서 괜찮았다. 처음이라 일이 너무 많았다. 청소부터 빨래까지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일감을 다 내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항상 아랫목에 보료를 깔아놓고 생활을 하셨었다. 내가 간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의 일이었다. 나는 할머니가 경대다리 밑부분에다가 중요한 것을 감추고 계신 줄도 몰랐는데 그곳에 숨겨둔 비치 반지가 없어졌다고 찾는 것이었다. 난 그 비치가 어떤 색깔인지도 모를 때였다. 항상 경대 앞에서 화장하시고 앞에 계셔서 그런가 보다 했지 거기다 무얼 숨기고 하는 것은 제대로 알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거기에 넣어둔 비치반지가 없어졌다고 소란스럽게 찾고 계셨다. 경대 다리밑뿐 아니라 다른 바닥까지도 다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데는 두지 않고 그곳에만 두었다고 하셨다. 둘이서 그 걸 찾느냐고 끼니도 걸렀다. 그런데도 나오지 않자 결국 할머니는 나를 의심하는 것이었다. 막내딸한테 전화를 걸어서 집에 오게 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고 있는 서랍을 알려 달라고 했고 나는 서서 내 옷 서랍을 뒤지는 것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내 소지품은 침대가 있는 방 옷장 맨 아랫 서랍 하나에 옷가지와 일기장 시계 만이 있었다. 그곳을 다 뒤져도 그래도 나오지 않자 어디다 숨겼냐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시면서 나를 도둑으로 몰아세웠다. 나는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했다. 난 정말로 가지지 않았다고 신고해도 나는 떳떳하다고 말을 했다.
이런 일이 생기니 처음 할머니를 뵙고 혼자서 사시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미운 마음과 이런 집에서는 더 이상 오래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지 못하고 누명을 벗고 반지를 찾아야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엌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빨리 반지가 나오기를 찾기를 간절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