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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Mar 11. 2022

물오뎅 하나 물떡 하나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

떡볶이는 매워서 먹지 못 해도 분식집에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추운 겨울, 엄마를 따라 갔던 시장에서 하나씩 얻어 먹는 어묵도 그 중 하나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위생 관념이 발달한 때도 아니라서, 커다란 뚝배기에는 파, 고추, 깨소금 등을 듬뿍 담은 간장이 있었고 거기에 모두가 어묵을 푹 푹 찍어먹었다. 어쩌다 파 조각이 꼬치 끝에 걸리면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묵도 맛있었지만 빨간색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는 진한 어묵 국물도 참 좋았다. 먹기 전에는 뜨거운 어묵 국물로 그릇을 한번 헹구어 바닥에 버리고 다 먹고 난 후에는 그냥 엎어 놓고 떠났다. 그래도 그 때 그 어묵 국물은 한 잔으로 끝내기는 아쉬 괜히 눈치를 보며 한 그릇씩 더 먹곤 했다.


그 당시 우리 동네의 어묵 꼬치는 크게 3 종류였다. 길고 둥근 봉 어묵, 얇고 네모난 어묵을 적어 꼬불꼬불하게 꼬치에 꿴 것, 그리고 통통한 가래떡. 앞의 어묵들은 '물오뎅'이라고 했고, 가래떡은 '물떡'이라고 했다. 어린 아이들은 먹기 편한 봉 어묵이나 가래떡을 주로 먹었기 때문에 몇 개는 어묵 꼬치가 아닌 나무 젓가락에 꿰어 있었다.


짭짤하고 진한 어묵 국물이 베어 있는 가래떡을 간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짭짤한 맛이 참 좋았다. 나는 어묵보다는 떡을 더 좋아했다. 어느 순간부터 경남 지역에서도 물떡이 있는 어묵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떡은 어묵에 비해 찾는 사람도 적을 뿐더러 국물에 오래 담궈두면 국물이 걸쭉해지고, 건져서 놓으면 떡이 딱딱해져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끔 분식집에서 어묵꼬치를 보고 있으면 간장 찍어 먹던 어묵 국물 속 가래떡이 그립다.


아이가 어묵국을 꽤 좋아해 국물이 필요한 날이면 종종 끓여주곤 한다. 오늘 저녁엔 떡볶이떡을 아이의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어묵국에 함께 넣어서 끓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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