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 발표지원 작가의 시-이어진
나는 오늘 밤 떠오를 수 있을까
나를 둥글게 말고 그 안에 공기를 채워 넣고 너의 궤도를 돌고 있는 나에게
달은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다
너는 음악을 사랑하는 눈동자를 닮았다
음표와 음표가 대화를 한다
나무와 풀에 대하여
너는 노란 눈빛을 검은 하늘에 흘려주고 있다
담장 밖에 피어오르는 흰 그림자
잎사귀를 반짝이며 흘러넘치고 있다
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 그곳에 다다른 미래의 이야기
목련이 질 때 목련은 소멸하겠지
장미가 필 때까지 살아 있자고
달빛은 흐른다
너의 귓가를
달의 음악 위를 나의 입술이 걸어 다닌다
계절이 지날 때
나는 새로운 음악을 떠올리겠지
새로운 내가 탄생하겠지
온화한 달의 실루엣을 걸치고
달의 문장 위를 걸어가리라
서러운 나뭇잎이어서 미안한 나뭇가지
음악은 웃고 있었지
빙그르르 달빛을 눈 안에 넣고 너는 한 점의 바람을 응시하고
반가운 기척을 떨어뜨리며 나는 목련 꽃잎 속에 숨죽이고 있었지
살아있는 순간의 떨림을
죽는 순간의 떨림을
이 한 순간의 떨림을
기억하리라 슬퍼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바람은 불고 달은 나를 응시하고 있다
천진하게 눈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내 발등의 무늬를 바라보며 너는 음악 속에서 흐르고 있다
음악 속에서 달빛 속에서
너는 참 다스했는데
어깨의 기분이 천진하게 마루 위에 눕고
그 위에 내려앉던 달빛
그 빛나던 속삭임
그 빛나던 기분
너는 사라지는 음악이 아니야
내 눈 안에서 조그만 달이 뜨고
나는 실려 나오고 있다
병실에서 정원에서 꽃진 마당에서
너는 걷고 있었지
수많은 정원을 걸어 도시의 골목으로
달빛 위의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지
새로 돋아난 풀과 그 위를 흘러가는 꽃들
그 위를 걷는 달빛들
서러워서 돌아가지 못하는 바람들
기분 좋은 공기와 바람이 정원 위에 피어날 때
목련은 지고 없었고 나뭇가지 속에서 달은 울고 있었고
사라지지 않아, 가만히 들려주는 너의 목소리
그 순간의 떨림, 그 찰나의 순간
나는 파르르 장미 꽃잎 한 장을 피우고 있었고
한 방울의 눈물
한 방울의 눈물
너는 바람처럼 먼 데서 내 기억 속의 정원을 흘러가고 있었지
달이 떠오른다 나는 다시 살아야겠다
어깨의 금을 밟고 무너진 기억을 떠올리며
미래의 너에게 천천히 걸어가리라
미래의 나는 아주 슬픈 기분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