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 발표지원 선정작-이어진
13월의 호수에서는 사과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사과나무 위에 앉아 휘파람을 부는 새, 파란 부리가 좋아서, 한참을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나 봅니다 길고 아름답고 목적지를 모르고 떠다니는 노래의 입안에서 오래전 호수가 부르던 음표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처음 본 나뭇가지가 하늘 향해 파랗게 솟아오르면 그 느낌이 좋아서, 아침저녁으로 길어진 귀를 나뭇가지 쪽으로 기울이나 봅니다 공중에서는 물고기들이 흘러 다녔고 호수의 무늬를 좋아하는 사과꽃이 호수를 향해 하늘하늘 떨어지면 나는 작은 코를 사과꽃에 대고 호수의 물결을 상상하곤 하였습니다
사과는 폭력이 없는 13월의 호수의 표면을 닮았습니다 내게 있는 가장 작은 잎사귀를 흔들어 보였는데, 너는 분홍의 아름다운 사과나무 가지에서 꺼낸 싱그러운 피리 소리를 흘려 주었습니다 나는 눈 감고 귀 막고 호수의 느낌들을 상상해 봅니다 눈 안 가득 피어오르는 분홍빛 꽃잎들입니다
쌓인 사과꽃 위를 둥실 흘러가는 구름의 물결들입니다 나는 구름 안에 들어가 흩어진 사과나무의 나뭇가지들을 쓰다듬곤 하였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파랗게 지저귀는 처음 보는 새의 지저귐이 경이로웠습니다
너는 사과나무의 세계를 먼저 왔다 갔다는 듯이 구름 안에서 호수의 문장을 한 올 한 올 채색하고 있었습니다 13월의 호수에서는 분홍 꽃잎들이 구름을 향해 색이 옅어지고 있었습니다
호수의 언어는 사과꽃잎처럼 사심이 없었습니다 13월의 호숫가를 걸으며, 나는 호수의 문장들을 머릿속에 한 획씩 채워 넣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