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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Feb 22. 2022

3.녹색예술가의 삶과 죽음
-우리들이 그린 그림

3.우리들이 그린 그림

 사진가는 우리 나무들을 ‘녹색예술가’라고 불렀습니다. 사진가는 우리들을 볼 때마다 매일같이 다른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나뭇가지, 줄기, 잎들로 주위의 공간을 형태, 색깔, 그리고 그림자 등으로 채우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무들은 매일같이 다른 그림을 일 년 동안 하루도 똑같이 그려내는 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그 존재 자체가 예술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하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곳에 살던 주민들도, 사진가가 그렇듯이, 우리를 예술작품이자 예술가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매일 같이 우리들을 지나면서 기분좋게 바라보시며 출근하였습니다. 게중에는 바쁜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그린 그림이 어제와 뭔가 다름을 눈치 채셨는지 한참을 보며 핸드폰에 사진을 담으며 놀랍고 경이로운 시선을 던져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여름이면 녹색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겨울에는 우리의 굴곡진 줄기 등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나무들이 그림처럼 그려놓은 아파트 단지를 언제가 즐겁게 산책을 하였습니다. 아파트 산책길은 주민들의 왕래가 잦다보니 그 길은 풀들이 자라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또한 산책길은 숲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곳은 서울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소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바쁘고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시간이 멈춰진다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무한히 팽창되고 확장되어,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나무들과 함께라면 모두 기분 좋은 느낌으로 자신만의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지만 우리가 한 일은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언제 어느 때 찾아와도 계속 이곳에 서 있는 존재이니까요. 우리는 누구의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꼭 누구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차이가 있는 반복된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그림이 있는 이곳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말하는 재건축이 되면 현재 있는 것들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매일같이 몇십 년 동안 보던 풍경이 내일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것은 어떠할까요? 그렇게 되면 이제 보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우리 나무들이 이미 과거에 있었던 나무이고,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재증명서이면서 사망증명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진가는 우리들을 볼 때마다 매일같이 다른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였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많은 주민들이 매일 같이 우리들을  기분좋게 바라보시며 출근하였습니다.(둔촌주공아파트)



나무들은 매일같이 다른 그림을 일 년 동안 하루도 똑같이 그려내는 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매일같이 몇십 년 동안 보던 풍경이 내일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것은 어떠할까요?(개포주공아파트)



사진가는 우리들을 볼 때마다 매일같이 다른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였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나무는 그 존재 자체가 예술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하였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주민들 중엔 바쁜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그린 그림이 어제와 뭔가 다름을 눈치 채셨는지 한참을 보며 핸드폰에 사진을 담으며 놀랍고 경이로운 시선을 던져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개포)


우리는 누구의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꼭 누구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산책길은 숲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사람들은 우리 나무들이 그림처럼 그려놓은 아파트 단지를 언제가 즐겁게 산책을 하였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이곳에 오면 바쁘고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시간이 멈춰진다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무한히 팽창되고 확장되어,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었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 나무들은 여름이면 녹색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나누어주었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차이가 있는 반복된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둔촌주공아파트)



사람들은 우리 나무들과 함께라면 모두 기분 좋은 느낌으로 자신만의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는 언제나 그랬지만 우리가 한 일은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언제 어느 때 찾아와도 계속 이곳에 서 있는 존재이니까요.(개포주공아파트)



녹색예술가인 나무는 겨울에는 자신의 줄기로 그림을 그렸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어쩌면 이제보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우리 나무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재증명서이면서 사망증명서이기도 할 것입니다.(개포주공아파트)




‘이 에세이는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다음 번엔 ‘4.버려진 것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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