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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혼자는 아니다.

by 엘라리

여행이란 말이 주는 설렘.. 왜 여행은 우리를 설레게 하는 걸까?


여행은 매일 벌어지는 생활의 루틴을 벗어나 잠시 다른 삶을 사는 경험이다. 처음 가본 곳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전에는 몰랐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고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내 몸의 다른 부분이 꿈틀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여행이 혼자 일 때와 혹은 여행의 파트너가 바뀔 때 또 다르다.


흥분된 마음으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출발이 좋다.. 주로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대한항공 라운지를 이용하던 나는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할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다. 터미널도 틀렸고( 제1 여객 터미널). 비즈니스 좌석을 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에서 나온 무료 라운지 쿠폰이 생각났을 때쯤 여기는 대한항공이 없는 터미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그 순간에 눈에 들어온 스카이 허브 라운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미국에서 만들어 놓은 크레디트 카드 멤버십으로 그곳을 무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럽을 여행하기 위해서 3년 전에 가입을 했었다. 1년에 회원 비가 399 불인 이 크레디트 카드는 사용료가 비싼 대신 세계곳곳의 공항에서 라운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카드였다. 여권 지갑에 멤버패스가 보였다. 직원한테 카드를 보여줬더니 이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행운의 날이다. 이렇게 일이 쑥쑥 잘 풀리다니.. 대한 항공 라운지 보다 음식이 좋았다. 장소가 협소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적어 프라이빗 해서 더 좋았다. 여행의 시작이 좋다. 혼자의 여유.. 그리고 사람들 속의 어색함.. 여행 가방을 두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내가 앉아있던 자리를 누가 앉아 버렸다. 비켜달라고 하려다가 그냥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게 바로 혼자라서 생기는 일이다. ㅠㅠ

이번 여행은 부산에서 오는 대학 선배언니랑 후쿠오카에서 만나 같이 가는 여행이다. 일본 온천 여행은 처음이다. 다른 나라들로 여행을 해 봤지만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그래서 일본으로 가면 늘 답답했다. 영어를 전혀 못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여행할 때 느끼는 답답함이 이해가 같다. 그러니 일본에 혼자 갈 엄두는 더욱 나지 않았다. 유럽이나 어디로 가든 영어를 쓰면 거의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동남아도 영어는 통한다. 그런데 일본은 네 번째 가는 데도 불구하고 소통의 답답함이 혼자 가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선배가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간다 했다. 그동안 해오던 다이어트도 그만두고 무조건 맛있는 걸 최대한 먹고 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와서 36시간 굶으면 원래 몸무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나중에 실패했지만.. ㅎㅎ


오랫동안 알고 지낸 대학선배이지만 여행을 같이 가는 건 처음이었다. 여행은 생각의 사고와 원하는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 가야지 재미가 있다. 그래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여행이다. 선배랑 나랑은 취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는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패스트푸드 직원에게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했다고 핀잔을 들었다. 뭐 어떠냐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기분 좋은 여행을 다운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냥 우리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술까지 포함된 호텔의 뷔페를 아침저녁으로 먹고 또 차를 타고 나가서 점심도 거하게 먹었다. 정말 먹고 먹고 또 먹으며 , 따뜻한 노천탕에서 일본 도시를 내려다보며 뜨거운 온천에 몸을 지지며 쉴 새 없는 수다를 떨었다. 3일 내내… 그렇게 오랫동안 재잘거린 적은 거의 처음 같았다. 남편과의 대화가 소원한 60대 선배와 혼자 사는 나는 오랜 오래간만에 아주 많은 이야기의 회포를 풀었다.

호텔 식당에서 선배와 맥주를 마시며 식사 중이이다.



혼자여행을 할 때를 대비해서 호텔의 밤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1년 동안 수영을 열심히 배웠던 적이 있었다. 내가 혼자 밤에 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실 만큼 배짱도 없었고,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게 밤에 시간을 잘 보내며 여행하기 위해서 준비한 거였다. 하지만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찾기란 만만치 않았다. 낮에 내내 여행을 하고 저녁이 되면 혼자는 외롭고 심심하다.


다른 사람과 여행을 할 때, 호텔이나 음식에 대한 취향이나 여행하는 스타일 (관심 있는 곳, 자는 시간)만 맞아도 나머지는 쉽게 맞출 수 있다. 약간은 혼자 보다 불편 하지만 그래도 혼자 보단 훨씬 낫다. 그리고 이렇게 누구랑 같이 내내 있고 나면 나중에 혼자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활기차고 즐거워진다.


‘다음 내 스케줄은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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