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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과 골프 조인

50넘은 엘라 혼자서도 잘살기

by 엘라리

“아니, 내 돈 주고 내가 골프 치러 가는데 왜 이렇게 긴장되고 떨리는 거야?”

내일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과 쳐야 하는 긴장 감으로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내 돈 주고, 내가 하루 골프 치면서 즐기겠다는데, 왜 이렇게 걱정해? 그냥 재미있게 당당하게 치고 와!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잘 쳐야 한다는 규칙 같은 거 없잖아!”


그 골프 코스가 너무 이쁘다고 옆에 있는 언니가 그러길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내가 혼자라도 골프를 치고 싶었어. 물론 너도 알다시피 내 골프 실력은 별로지만, 세 사람이 이미 예약한 시간에, 한 사람이 비어 있어서 내가 거기다가 예약을 해 버린 거야. 일을 저질러 버린 거지.

혹시라도 같이 치는 사람들이 내가 골프를 못 친다고 싫어할까 봐, 잘 쳐야 되는데 하는 이 강박 관념 때문에, 너무 힘들어. 막 떨리고, 걱정되고, 혼자 쳤으면 좋겠다 그래. 근데 엘라야, 너무 혼자 살지 마, 사람들이랑 어울려 사는 거야, 혼자서 씩씩하게 살아야 돼. 어느 누구를 만나도 자신감 있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야 돼.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성격 좋지, 다른 사람한테 잘 맞춰 주지, 골프를 잘 못 친다고 부끄러워하지 마. 모든 골퍼들이 그럴 때가 있었어. 누구나 초보때가 있는 거니까. 너도 잘 알잖아. 지금 내 옆에 있는 언니도 혼자 일 년을 넘게 골프를 쳤다고 별거 아니라고 하잖니. 운동을 즐기자고 골프 하러 나온 거야. 대회를 나온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 하고는 상관없어, Golf는 자기와의 싸움이야.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혼자 그 아름다운 골프장을 즐기면서 네가 골프를 칠 거를 상상해 봐! 그냥 즐거워야 해. 이렇게 막 떨리고 긴장할 필요 없어. 돈 주고 놀러 가는 거야, 놀러 가는 거야, 놀러! 파이팅! 야호!

이건 네가 한국에서 오기 전에 이미 계획한 거잖아, 아무 때나 빈자리 조인해서 골프 치는 거. 근데 왜 그렇게 자신감을 잃었어?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골프는 그냥 즐기는 거야. 꼭 잘 칠 필요 없어. 공 잃어버리면 그냥 또 다른 공으로 치면 되지 뭐가 문제야. 이쁘지, 성격 좋지, 예의 바르지, 사람들이 다 너를 즐길걸? 그것만 생각해, 골프를 혼자 잘 즐기고 오는 거. 파이팅! 일단 잘 자야 골프도 잘 치지. 굿 나이트.


추신: 백인애들 덩치 큰 애들이 와서 뻥 뻥 치면 오메 기죽어!!!

흑인 남자들 덩치 크고 여기저기 얼굴에 구멍 뚫어 코걸이 귀걸이 하고 오면 오메 기죽어!!

근데 사실은 평일 낮에는 늘 노인들이 많다. 물론 욕하면서 치는 사람들도 봤다. 근데, 우리가 한국 욕 하면서 치는 건 괜찮은데, 미국 사람들이 F word 쓰면 겁 난다.


근데, 더 웃기는 건, 다음날 나는 한국 아저씨 들이랑 조인이 되었다. 무슨 고등학교 모임이란다. ㅎㅎ

잘 친다고 칭찬까지 들으며 치고 왔다!!! 역시 워싱턴 DC 근처, Distric of Colombia, Maryland, Virginia (DMV) 에는 한국 Golfer들이 많다.


휴~~~~~


인생은 너무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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