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혼자서도 잘살기
오늘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이서진 을 봤다.
평소에 그의 팬도 아니었고, 까다롭고 왕자 스타일 같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혼자 사는 50대 남자의 일상을 다루는 분위기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 겉으로는 차갑고 깐깐해 보이지만, 방송을 통해 본 그는 자신을 잘 알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전형적인 T 성향, 그중에서도 TJ로 끝나는 타입처럼 느껴졌다. 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관찰하고 필요하면 도와주되 감정의 과몰입 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투덜 거리면서도 결국 해야 할 일은 다 해내는 책임감도 있었다.
그가 많이 투덜거리는 걸로 보이는 이유는.
책임감이 강한 J 이라 남들보다 더 챙길 일이 많고,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투덜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될 대로 살 수 없는 사람. 모든 것이 구조화되어 있어야 하고, 자신의 루틴이 깨지는 걸 견딜 수 없는 J의 모습.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예민해서 옆 사람의 불편함까지 다 보이고, 그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를 챙기느라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리를 둔다. 매정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자기 삶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이상적인 선택이 아닐까.
반대로 나는 FJ로 끝난다. 무슨 일을 해도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측은지심, 의리, 의무감. 그래서 삶이 더 피곤하다. 도와주고 싶어서 돕 지만, 막상 돕다 보면 내가 힘들어지고, 그 피로가 관계에 스며든다. 그 순간의 필요만 채워주면 되는데, 나는 그 사람의 미래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선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서진에게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도울 줄 알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 사람, 경계선이 분명한 사람이다. 나와 다른 점이 거기에 있다. 나영석 PD와 오래 함께 일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과한 F와 절제된 T가 서로를 중화시키는 관계.
나는 F지만, 이제 T처럼 살고 싶다.
나는 상대에게서 너무 많은 걸 ‘읽어내고, 느끼고, 책임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감정이 너무 예민하고, 남 눈치·상황·분위기를 다 흡수하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하루를 살아도 체력이 반 이상 깎인다. 그래서 사람관계가 남들보다 더 피곤하고 사람들을 많이 보고 사는 게 힘들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T로 살아남는 기술
남의 문제 = 그 사람의 문제
감정적 책임은 내가 지지 않음
내가 도와줄지 말지는 내 선택,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도와줘도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도와 준것보다 못함.
을 명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