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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도쿄로

50넘은 엘라 혼자서도 잘살기

by 엘라리


작정을 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혼자 놀아보기로 했다.

사람들 눈에는 “혼자 여행? 뭐 별 건가?” 싶겠지만, 나한테는 꽤 큰 모험이다. 그래서 내 책 제목이 **〈50넘은 엘라 혼자서도 잘살기〉**다. 늘 누군가와 함께 다니는 게 익숙했고, 혼자 돌아다니는 건 어쩐지 불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들었다.
“50대 후반을 이렇게 썩힐 수는 없지.”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길에 과감히 도쿄에 들르기로 했다.
2박 3일. 오롯이 혼자.

일본 ANA 항공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끊었다.

다들 알겠지만 대한항공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없다. 10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가격에 비즈니스를 타곤 했는데… 지금 물가를 보면 그 시절은 거의 전설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것.

그래도 ANA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여도 라운지 이용이 가능해서 만족이다. 델타는 이런 혜택을 안 주는데 ANA는 해준다. 라운지를 즐기려고 일부러 공항에도 조금 일찍 갔다. 게다가 세계 공항 라운지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Priority Pass)을 크레디트카드로 들어둔 게 이번에 제대로 빛을 발했다.

오늘은 터키항공 라운지(Priority Pass 혜택)와 버진 아틀랜틱 라운지(ANA 라운지) 두 곳 다 갈 수 있었다.
둘 다 가봤다. 왜냐면… 공짜고 시간도 넉넉했으니까.

버진아틀랜틱 항공사 라운지

터키 라운지에서 터키 커피를 마셨는데 솔직히 모래 씹히는 맛이었다.

그래도 묘하게 재미있었다. 경험이니까. 치즈 한 조각 먹고 자리 옮겨서 버진 라운지에서는 과일과 요구르트를 먹었다. 예전에는 몸이 안 좋아서 공항에서 아무것도 못 먹고 여행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그때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검사해 보니 DHEA 호르몬 수치가 거의 바닥이었다.
이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부신이 부신피질 호르몬을 만드는 데만 몰두하게 되고 DHEA는 고갈돼 버린다. 그러면 소화도 안 되고 기운도 없다.
몸의 모든 시스템이 닫힌 듯한 상태가 된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처방 없이 구할 수 있는 보충제가 있어서 그걸 복용했더니 많이 좋아졌다.


요즘은 식욕도 돌아오고, 잘 먹는 행복을 다시 느끼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고 있다는 점도 큰 이유다.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는 열심히 먹고 즐길 예정이다.

ANA 기내식, 어떨지 은근히 기대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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