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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기죽지 말자

오십이 넘고 보니...

by 엘라리

연륜과 돈. 나이가 많으면 돈도 많아야 하는가? 돈 많은 누가 나에게 ‘너 이때껏 이 돈도 못 벌고 뭐 했니?’라고 말하면 기죽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톰 브라운 옷을 한 벌로 입고 에르메스 구두를 신은 젊은 남자를 보았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 훨씬 비싼 옷을 입고 있던지,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 사는 걸 보면 잠시 위축이 된다. 그럴 때면 ‘부모를 잘 만나서 그렇겠지’하고 위안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또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그런 걸 해 줄 수 있는 부모인가?


50이 넘어서 까지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던 20대에는 나중에 어떻게든 돈이 많아질 거야.. 하는 마음으로 기죽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30대에도 부모 돈으로 돈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본인이 이룬 부가 아니니 그 앞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40대에는 내가 만든 사업이 잘되고 있었고, 그 성취감으로 남편 잘 만난 친구가 옆에서 비싼 것들을 쇼핑을 해도 나는 괜찮았다. 그런데 50 이 넘고, 일을 그만둔 나는, 내가 감히사지 못하는 물건들을 가진 젊은 사람들을 보면 순간 주눅이 든다. 물론 그때도 속으로 말한다. ‘내가 저걸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거야’ 내 기준에서 보면 저런 돈을 쓰는 건 쉽게 들어온 돈이 아니고서야 절대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살았고 지금 나이에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가졌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젊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가? 하다못해 경제적 수준이 같더라도 원하는 것에 돈을 팍팍 쓸 줄 아는 용기도 부러 울 때가 있다. ‘그래, 한번 살지 두 번 사는 삶도 아니라는데..’ 하지만 그 삶은 그들의 삶이다.


내가 살아온 삶이 진실했고, 그게 무엇이든 내 가치를 지키고 후회 없이 살아왔다면 나는 성공 한 삶이다. 내 인생이 만약에 한국의 모든 산을 정복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는 거고 그게 행복했다면 나보다 돈 많은 어린 사람들을 보며 부끄럽지 않다. ‘너 그 맛을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돈은 돈을 원하는 사람한테만 주어 진다. 돈이 행복의 척도도 아니고 좋은 삶의 척도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H&M 에서 산 옷을 입고 에르메스 옷을 입은 새댁을 만나더라도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이루어 온 지금의 인생을 그들의 럭셔리 함으로 무능력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들이 마주하지 않은 50년이 넘은 인생을.. 그 많았던 두려움들을 극복하고 어려웠던 일들을 참고 헤쳐나간 연륜을.. 지금 이 자리에 서 에르메스라는 명품을 들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내가 우리 아들한테 톰 브라운을 사 줄 수 없는 엄마라도, 못 사주는 게 아니라 나는 돈이 있어도 안 살 거라는 자부심을 가지면 된다.


그들도 살다 보면, 아니 지금도, 그 어떤 명품을 걸쳐도 힘들 때는 힘들고 인생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는 걸 겪을 테고, 하지만 그 힘든 일들을 하나하나 잘 헤쳐 나 가면서 인생을 알게 되고 오십이 넘으면 명품보다 본인을 더 사랑하게 된다는 걸.. 명품은 가짜가 존재하지만 나는, 나의 인생은 절대 가짜가 생길 수 없다. 그래서 이 나이가 되면 내가 찐 명품이기에 명품을 입지 않더라도 명품 입은 그 누구 앞에서도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 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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