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한 번 쉬어갑니다
며칠 전, 우리 집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
무더운 여름, 다섯 식구가 매일같이 벗어낸 옷가지들이
하루라도 빨래를 미루면 금세 산처럼 쌓인다.
그런데 하필 이럴 때..
세탁기가 중심축이 흔들리며 덜컹거리더니
굉음을 내며 멈춰버렸다.
고장 난 세탁기를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 같다.”
육아와 일, 사람들과의 관계,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교사로서
쉴 틈 없이 굴러가던 내 삶의 중심도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도 장애인 학교 수업을 마치고
겨우 집에 돌아온 시간이 오후 4시쯤.
곧바로 쌓인 빨래를 챙겨 들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조용한 그곳에 나 혼자 앉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후…” 하고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빨래를 마치고 나오는데,
맑은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메마른 내 마음에
단비처럼 내려주는 위로 같았다.
땀으로 축축했던 공기가
시원한 빗줄기 하나에 정화되는 기분.
마음에도 그런 시원함이 번졌다.
어깨를 누르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역시나 아이들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엄마 배고파~”
“엄마, 나 오늘 이거 했는데~”
“엄마, 이것 좀 봐봐~”
“엄마 엄마 엄마~~~”
오늘은 그 목소리들이
마치 새들이 지지배배 우는 것처럼 들렸다.
“알았어. 얼른 밥 차려줄게.
간식도 챙겨줄게.
밥 먹고 너희 보고 싶다고 했던
이탈리아 브레인 놋 맞추기 같이 하자.”
지쳐 있었지만,
빗속을 걷고 돌아온 나는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삶이 때로는 고장 난 세탁기처럼
덜컹거리며 흔들리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안에서도
우리는 조용히 회복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빨래가 다 돌아간 것처럼,
나도 조금은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