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모르는 아이, 그게 꼭 나쁜 걸까?

아이의 말 한마디에 부모로서 멈춰 서게 된 날

by 진희

요즘 우리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탈리아 브레인 놋’이라는 게 유행이란다.

처음엔 그게 뭔가 싶었는데, 아이들이 하나같이 그 캐릭터와 설정, 스킬을 줄줄 외우며 쉬는 시간마다 놀이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엔 TV도 없고, 아이들에겐 핸드폰도 없고, 게임도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유행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참 신기한 건, 학교에 가면 그 유행도, 캐릭터도 다들 어느새 익혀 오더라.


사실 우리 부부는

‘유행을 따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겁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다’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유행을 쫓다 보면 자신의 고유한 색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늘 말해왔고,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왔다.


그런데 어느 날, 첫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난 핸드폰도 없고, 게임도 유튜브도 잘 안 봐.

그래서 애들이 노는 걸 잘 모르겠어.

그 캐릭터들을 몰라서 ‘넌 모르잖아’ 하면서 끼워주지도 않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과연 내가 좋은 의미로 세운 방향성이 아이에겐 벽이 된 건 아닐까?


아이들을 세상 속에서 단단하게 키우고 싶어서 나름의 철학을 세웠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 철학을 실천하며 견뎌야 하는 존재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했다.


“그럼 우리 알고는 있자.

정보가 있어야 같이 놀 수 있으니까.

책도 보고 카드도 사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한 번 배워보자.

대신 기억해. 친구들이 다 하니까 ‘나도’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선택하는 거야.

그게 너를 지배하게 되면, 오히려 너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아이와 함께 책과 카드를 구매했고,

아이도 스스로 캐릭터 이름을 외우고, 특징을 분석하며 조금씩 알아갔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 자체가 괴물이나 변신 캐릭터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

몰입도는 그렇게 높진 않았다.


그저 학교에서 친구들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한

정보 수집 정도로 보였다.


아이의 모습을 보며, 육아는 정말 어렵다고 또 한 번 느꼈다.


내 품 안에 있을 때는

“엄마가 좋다고 하면 좋은 거구나” 하며 자랐던 아이가,

이제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정보를 분별하며 살아가야 한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선택하고 걸러내고

자기중심을 붙잡는 일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참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나는, 이 작은 경험이

아이에게 분별력과 자기 기준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연습이 되길 바란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도,

따르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니까.


우리 아이들이 결국에는

자기만의 색을, 자기만의 판단력을

단단히 찾아가길 바란다.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길을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방향을 조정해 주며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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