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신뢰 사이 잃어버림이 남긴 성장 한 조각
며칠 전, 첫째 아이가 무척 신난 얼굴로 학교에 ‘브레인 놋 카드’를 가져갔다.
그동안 책을 보고 캐릭터를 외우며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던 아이였기에
마침내 자신 있게 카드를 챙겨 간 모습이 참 대견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카드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런데 도서관에 가게 되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냥 다녀왔다는 것이다.
돌아와 보니, 자신이 가장 아끼던 두 장이 사라져 있었다.
이탈리아 브레인 놋 중에서도 제일 인기가 많다는
‘트랄랄레로 트랄랄라’와 ‘봄바르디로 크로코딜로’.
아이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어떡해… 그거 네가 제일 좋다고 했던 카드잖아.”
조심스럽게 묻자, 아이가 망설이다 말했다.
“응 맞아… 엄마, 카드 두 장만 또 사주면 안 돼…?”
나도 마음이 복잡해졌다.
“두 장만 따로 팔진 않을 거야.
그런데 혹시 책 사이에 끼어 있진 않을까?
학교에 가서 한 번 더 잘 찾아보자.”
그랬더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먼저 찾아볼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누군가 가져간 거라면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친구 물건엔 손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께 말씀드려 볼까?”
아이의 대답은 짧고 또렷했다.
“그럼… ‘이런 건 학교에 가져오면 안 돼’라고 하실지도 모르잖아.”
그도 그러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걱정도 들었다.
만약 누군가 가져간 거라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갖고 싶으면 그냥 가져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이의 고민, 내 고민.
복잡한 마음의 퍼즐을 끼우듯 계속 이어졌다.
결국 카드는 찾지 못했다.
상심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며 말했다.
“학교에는 너한테 소중한 건 가져가지 말자.
혹시 가져가게 되면 잘 관리해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자.
하지만 이번 일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친구들을 믿고 자리를 비운 거였고,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너도 몰랐잖아.
괜찮아. 너무 속상해하진 말자.”
다행히 아이가 그 카드에 집착할 정도로 애착을 가진 건 아니어서
금방 나아지긴 했지만,
틈틈이 “내 건데…” 하는 탄식이 흘러나오긴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육아는 정말 어렵다.
나날이 난이도가 높아지는 일상 같다.
게다가 나는 혼자가 아닌, 삼 남매를 함께 키우고 있으니
인생에 바람 한 점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의 지혜를 구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사실 나는 엄마도, 형제도 없이 혼자 자랐다.
엄마의 사랑, 형제의 사랑이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사랑은 부모로부터 처음 배우는 거라는데,
나는 사랑을 ‘글’로 배웠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엄마도 처음이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처음이다.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어려운 과제 앞에 선 기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도,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아직도 성장 중이다.
40대지만 여전히 배우고, 부딪히고, 다시 일어난다.
아이들이 자라 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멋지게 성장해가고 싶다.
아이들의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주고 싶다.
그게 내가 부모로서 선택한 길이고,
내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삶의 동반자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