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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Aug 31. 2024

하늘이 내려주신 분


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첫 출근..아니 신입생 교육1교시 이후 나는 바로“

공시생활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합격만 시켜주시면 이 한몸 으스러지게 나라에 이바지하면서 살겠습니다!!!라는 저의 맹세는

잠깐만 보류하겠습니다! 생각이 굉~장히 짧았어요.)




나는 사회복지 공무원이다.

원래 교육행정 공무원을 준비했는데 컷도 너무 높고

경쟁률이 심해 차선책으로 준비한 사회복지직에 덜컥 합격해 버린거다

뭐..어쨌든 같은 공무원이니 거기서 거기겠지?

응~ 아니야.

달랐다..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교육 때 어떤 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진정한 사회복지사는 하늘이 내려 주십니다.”


난 우리 엄마가 낳았는데..분명!!

산부인과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그럼 나는 땡!!


또 어떤 교육에서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총기를 허락해야 한다고 했다.

엥? 이건 또 무슨...

근데 얘기를 들으면 수록 빠져든다 빠져들어~

공포 속으로..ㄷㄷㄷ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교도소 출소자들이 제일 먼저 만나는 게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라며..

(생활지원금 혜택을 신청해야 되니까)


엄마야...나 잘못 들어왔나벼~

이걸 어째..꽃처럼 한들한들 여리기만 한 내가(뻔뻔)  

이런 무서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낼 수 있을까?(훌쩍)

특공무술 새벽반이라도 끊어봐?

오만 수천가지 생각이 다 들게 하는 신입생 교육이었다.


아니 힘든 관문을 통과한 당신들 !!

대단합니다 앞으로 꽃길만 걸으세요~를

확성기에 대고 매일 외쳐줘도 모자랄 판에 현장 투입도 안됐는데 왜들 이러세요 교육담당자님들!!

(집에 가고 싶다...)


이게 무슨 교육이야 협박이지. 이렇게 사람 잠못자게 해놓을거면 나에게 총기를 허락해 달라!!


그나저나.. 생각할수록 아쉽네.

공무원 교육원은  밥이 진짜 맛있다.

옆 건물에 소방직 합격생들 실무 교육시설이 같이

있어서 점심시간만 되면 울퉁불퉁한 몸을 가진  

겁나 해사한 꽃청년들 한 부대가 식당으로 몰려온다.


눈알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

(평소 집에 같이 사는 그 남자분 몸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체의 신비 발견!!)


낙으로 잠오는 교육도 견뎠는데...

이제 어디서 낙을 찾나..


동기들이랑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이심전심 역시 내 동기들!! ㅋㅋㅋ


교육 마지막날 그 핫바디 분들이랑  사진은 못찍고

(모르는 분들이니까)

눈 카메라기법으로 자체 후레쉬를 터뜨려가며

사진을 찍었더랬다. 내 머리속에 영원히 저장~

그동안 시각적으로나마 행복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혼한 후에 합격했습니다.

물론 뛰어난 외모로 입꾹하고 있으면

다들 내가 미혼인 줄 알았...ㅋㅋㅋㅋ여기까지~)




발령도 우리 동네 동사무소로 났고

(주민센터니 행정복지센터니 해도 동사무소가 입에 찰떡아닙니까?)  

걸어서 10분이면 출근완료!


구청으로 발령 난 내 동기들은 첫날부터 여기저기 끌려댕기믄서 인사셔틀을 하고 야근을 했으며

그걸 목격한 나는 동으로 발령나서 정말 다행이다를 외쳤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성적순으로 잘라서 높은 합격점수를 받는 동기들은 구청으로, 나머지는 동으로..

(나는 동이닷! 히힛!! ㅋㅋㅋ)

참고로 구청이나 시청은 참 평등한 근무체계다.

너나 할것 없이 동등하게, 남녀차별없이 평등하게!!

야근을 한다..(누구에게나 평등한 야근체계! 구웃!)






내 첫 사수인 서사수님은 내 동기다.

서사수님은(남자분)  전남 장성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동네 유지들 뒷수발?에 몸이 너무 지친 나머지


(작은 마을이라 퇴근할 때 밭에 들러서 물 잠그고 가고 비닐하우스 덮개 심부름은 다반사요. 끔찍하다 진짜)


A형 간염에 걸렸고 1:1 맞교환으로 서울로 전입을 했다가

병이 더 악화돼 병가휴직을 냈다. 이 악물고 시험을 다시 쳐 합격한 경력자시다


어쨌든 나란히 임명장을 받고 같은 동으로 발령이 났고

내가 이분 땜에 눈물 흘린 것만 생각하면 아오 진짜!

(미리 말하지만 나쁜 분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룰대로 일을 하실 뿐! 그리고 본업은 아빠요 공무원은 취미생활이라는 마인드가 킬포인트)



서사수님은 A형 간염 환자로 과로를 하면 안된다.

(A형 혈액형만 걸리는게 A형 간염인가?라고 밖에 생각못한 나)


어쨌든 사수님은 6시 땡!하면 칼퇴!

직장과 가정은 완전 철저하게 분리하는게 본인 신조라며

퇴근하면 전화도 잘 안받으신다. 공무원들은 비상 걸릴 일이 많기 때문에 또 윗분 눈치도 봐야 하고..

퇴근 후 연락이 안되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늘이 내려 주신 분이다.


교육 받을 때 강사님이 한 말을 내가 서사수님을 보면서 깨달았다.

저리 행동해야 스트레스도 안 받고 본인 일도 계속 할 수 있어 정년까지 쭈~욱 갈수 있다는 것을.


찐으로 하늘이 내려주신 사회복지사다.


내가 지켜 본 결과.

죽을 힘을 다해 주어진 일을 다 해내고 민원인과의 일에 전전긍긍하고 동료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하는

시간이 많은 공무원일수록  의원면직한다.(바로 접니다!)


정년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진짜 험하다.

자리는 정해져 있고 동기를 밟고 올라가야

(사랑은 개뿔!)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같은 곳이다.

(내가 아는 구청 계장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은

거의 암환자다)


컨디션 조절을 해야  정상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서사수님을 보면서 배웠다

제가 많이 배웁니다 나의 사수님!!




첫 출근후 바로 다음 날!

서사수님이 반차를 내셨다. 저기요? 반차라뇨??(이러실겁니까 진짜??)


나는 어쩌고? 일을 가르쳐 주고 반차를 쓰든 연차를 쓰든하셔야지 나보고 우짜라고???


사수님은 아이가 두 명(딸1, 아들1)있는데 첫째 아들이 분리불안증이 있어 아침마다 유치원 보내는 게

일이란다. 오후에 참여수업이 있어서 반차를 쓰시겠다며..

 지금 막! 없던 분리불안증이 생겼습니다.

저 두고 가시면 안돼요~~


전산시스템은 아직 인증서를 못받아 켜지지도 않고

일은 개뿔쥐뿔 아무것도 모르것고


(일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하고 바로 투입이 된다. 이건 너무 불만이다. 공무원은 물론 민원인들에게 가장

피해가 가지 않겠는가)


행정 도우미 언니는 무섭기만 하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는 도우미들이 있다.

여러가지 잡일을 도와주는 행정 도우미, 장애인도우미 등등

근데 이 행정도우미 언니(은아언니)는 이 동에서만 10년 넘게 일한  터줏대감이라 민원인들이

무조건 이 언니만 찾는다. 10년차라 서당개보다 더한 능력을 갖췄으니...인감 빼고는 주민등록등본이며 초본이며

일손이 바쁠 땐 척척 보지도 않고 행정서류를 뗀다.

(물론 다른 주무관님들의 마지막 확인은 거치고)


나는 동장님보다 이 언니가 너무 무섭다.

일단 눈을 내리깐다. 나 신입이라 이거지.

그거 아니에요.” 를 옆자리에서 계속 말한다. 

(심지어 자리도 딱 내옆! 사회복지 도우미니까..)


민원인이 와서 뭘 할라치면 도우미 언니가

이리로 오세요.”한다

민원인들도 “은아씨!!!” “은아야~”하면서 곧장 언니에게로 간다.


처음 며칠은 고마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쩔쩔 맬까봐 나름 배려한다고 생각했다.





서사수님은 툭하면 반차에 연가를 쓰시고 내가 질문을 하면

법규집 찾아보세요!”하시기 때문에 내가 믿고 의지할 곳은 여신 도우미님 뿐.

민원인이 바로 내 코앞에 있는데도 “집 찾아보세요그넘의 법령집 타령은..


다 외워서 씹어먹어버릴까부다 했는데 너무 두껍고

책 종류만 10권이 넘어서 포기!

아무리 외우고 북마크 포스트잇을 무지개빛으로 붙여놔도 민원인이 바로 코앞에서

물어보면 당황해서 손이 덜덜 떨린다.

뭘 물어보셨더라. 단어가 생소해서 질문도 이해를

잘 못하겠는데 법규집이라뇻!

그렇게 얼굴이 벌개진 나는 후덜거리는 손으로 법령집을 뒤적이길 수십번..


결국은 도우미언니가

해결해 준다. (쥐구멍 어딨냐..)


참다참다 폭발한 나는..그거 쫌 가르쳐 주시지 민원인이 바로 앞에 있는데 너무한거 아니냐

따졌더니 법규집 찾아가면서 그렇게 배워야 오래 기억에 남는단다

뉘예뉘예~ 어련하시겠어요

저 머리좋아서 바로 알려주셔도 기억 잘 합니다만!


과연 하늘이 내려주신 분이다...


여름에 시원하게 겨울에 따듯하게 근무하는게

공무원 아니었던가?

동사무소 가니까 다들 그리 편히 앉아있든만!!


내 예상이 빗나갔다! 완전히!

여름의 동사무소는 너무나도 덥다.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되니까


“너무 더워요~동사무소는 여름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놔야 하는거 아니에요?(저 말고)민원인들을 위해서요“


서사수님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직업을 잘못 선택했어! 은행에  다시 취직해.

아직 늦지 않았어!”


역시 하늘에서 내려주신 분이다. 브~라보(두고 보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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