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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Sep 28. 2024

오늘부터 멘탈갑!

그렇게 굴욕스러운 1패를 당하고 마지막 회차 신입생 교육을 받으러 나는 충북 오송으로 향했다.

동기들과 2주 동안의 합숙훈련이라뉘~ 꺄아~~ 느무느무 좋앙ㅋㅋ

청일점 동기 U군 남자 1명과 나머지는 다 누나들!!  

이건 마치 <꽃보다 누나>???ㅋㅋㅋ

(U군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오송역에 내려 점심을 먹고 입소하려는데 와우~ 주변에 아파트들이 이제 막 올라가고 나머진 허허벌판이라 식당이 하나도 없다

역에 있는 도시락집이 유일한 식당. 전국 각지에서 온 입소생들 때문에 도시락 주문도 경쟁! 택시 잡는 것도 경쟁!

그래도 캐리어 끌고 교육비 받아가며 공항패션은 아니더라도 코레일 패션이 어디냥(KTX 타고 왔으니깐ㅋ) 사진이라도 열심히 박아보장!

누나들 캐리어 들어주랴 사진 찍어주랴 바쁜 우리 U군!

누나들이랑 오니깐 엄청 좋지?

막 편안하고 포근하고 막 이러자나??

(좋은 말로 할때 고개 끄덕끄덕해라~)




자연스레 동기들과 모였으니 자신이 맡은 업무며

사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신입이라며  그~라고 사수님들이 잘해주신단다!

밥도 막 사주시고 악성 민원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하여 처리해 주신단다!


가만 있어보자...울 서사수님이 나한테 밥을 사주셨던가?

아니요!


곰곰히 생각해 보자. 울 서사수님이 힘든 일도 솔선수범해서 처리해 주셨던가?

네니요!(가끔 해주시기도 하니깐 뭐..근데 아직 악성민원을 못 만남)


눈을 감고 저 먼~곳의 기억까지 끄집어 내보자. 울 서사수님이 나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던가?

...

더 깊~은 더 깊숙한 심연의 기억까지 되짚어 보자...

.

.

아! 니! 요!!!



아무리 생각을 해볼라캐도 없다 없어!!

괜히 생각만 깊이하다가 수업만 못들었네




수업은 오리엔테이션 잠깐 하고 담당 강사분들이 사회복지 실천 사례, 민원업무 해결 방법, 사회복지사의 사명 등등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듯 보이나..

또 겁먹게 해서 빨리 때려치라는 듯한 내용들이었다.

수급비 부정지급 사례, 사회복지사 피습 사례 등등..후덜덜이다

진짜. 암만해도 나랑 안 맞앙..

 

아빠가 초등생 친딸을 성폭행해서 그 아이를 구출해 낸 007작전! 알코올 중독자 50대 아들에게서 매맞는 노모를 대피시킨 사건!

허위 출생신고로 부정수급비를 수령한 양심없는 부부 검거 사건 등등

호러물을 넘나드는 실제 사회복지사들이 겪고 있는 현 상황에 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강의 도중 졸지도 못했다.

(인두겁을 쓰고 저런 일을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의 버전이 여럿 있으나 여러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만 생략하기로..)


멘붕이다.

헉 소리도 웬만해야 나오지..

PPT 자료만 봐도 이렇게 떨리는데 일선에서

우찌 일을 한단 말인가

사회복지사가 갖춰야 할 덕목 중 제 1번째는

강철 심장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서사수님은 1등!




<기억의 습작>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쓰던 때였다.
본인 친자식이 상고(상업고등학교)를 가니 나도 상고를 가야  한단다 ...계부가.. 인문계는 절대 안된단다.
몇날 며칠 울고 있는 나에게
“그래도 다른 새아빠들은 때리기도 하고 나쁜짓도 하고 그런다는데..아빠는 그러지는 않잖냐? 좋게 생각하자~”
은근 내가 여상을 갔으면 했던 우리 엄마가 했던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엄마는 친모다. 계모가 아닌...

고3 때 첫 취업을 나가서야 알았다.
내가 소녀가장에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을..
엄마는 재혼 후 혼인신고를 해버렸고 주민등록등본에는 내가 호주..그 밑에 내 동생..
딸랑 둘만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나도 모르는 소녀 가장이었다.




사회복지관 관장님이 나오셔서 해주신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5구 중에서 제일 시골틱한 구가 있는데 거기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모싯잎 송떡을 만들어 팔면서

사회복지단체를 운영하신다. 입담이 얼마나 좋으신지 강연 듣는 내내 폭소를 터뜨렸다.


주문 받은 떡을 납품할 시간(수제 모싯잎송편)은 다가오는데 어르신들이 수다를 떠시느라

예정된 시간에 물량을 못 맞추는 일이 늘 비일비재..


한 번은 참다못한 관장님이

“아니 어르신들! 돈 안벌꺼요?? 빨리빨리 만드시랑께요 이바구 그만 떠시공!”


젊은 년들이랑 늙은 년들이 똑같이 만들라 그라믄 우짠디양? 나잇대로 나눠!! 나는 90대니께 젤루 째간 만들어야 맞제!

젊은 년들하고 똑같이 만들라글믄 쓰것써?? 어찌된 게 여기는 경로우대가 전~혀 없어!!“

하셨단다. ㅋㅋㅋ


여기서 말씀하신 젊은 년들이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 어르신들! ㅋㅋ

모양도 다 제각각이라 기본 크기대로 해달라고 하루에 몇 천번씩 말씀드려도 소용없단다 ㅋㅋ


올만에 재밌는 강연을 들어서였는지 감동은 더 크게 왔고 나는 결심 했다.

첫 월급을 받으면 작지만 어르신들 사회복지단체에 매달 조금씩 기부 하기로.


또 모싯잎송편도 주문해 먹어봐야 겠다.

진짜 모양이 제 각각인지 아닌지 ㅋㅋㅋ



그 많은 강연 중 가장 심금을 울렸던 건

30년 째 사회복지사로 재직 중이신 어느 여자 주무관님의  경험담이었다.

동에서 근무 할 때 거의 매일 정신지체 남자분(30대 후반 )이 찾아와서

“누나! 짜장면 먹고 시퍼여~”

하더란다. 아줌마! 했으면 안줬을 텐데 누나~그 한마디에

5천원을 주셨고 그것을 시작으로 동에 근무하는 내내 짜장면 총각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누나를 불러댔다고.

주변에서 그 돈 주면 술 사먹으니까 절대 주지 말라고 보는 사람들 마다 한마디씩 하더라고..

그 주사님 말씀의 핵심은

본인이 어떤 분께 선의를 베풀었다면 거기서 끝내라! 그걸로 뭘 하든 거기까지는 신경쓰지 말아라.

대신 법을 어기거나 당사자에게 해를 끼칠 일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였다...

너무 멋찌다 저 언니!! 아니아니 주사님~~

그 5천원으로 짜장면을 사먹든 술을 사먹든 거기까지는 노터치!

(대신 진짜 술을 사먹고 행패를 부리고 다니거나 사고를 친다면 안되겠지만...)

그래!! 나도 저런 멋진 마음을 품고 새롭게 시작해 보는 고야!!


강의 도중 동기들에게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가 간혹 울렸다.

업무 물어보는 전화와 문자 등등.. 허기사 자리를 비우고 2주짜리 교육을 왔으니 당연한 일!!



인데..왜 울 사수님은 나한테 문자 1통이 없냥..

내가 퍼펙트하게 일을 다 처리하고 와서?? 아님

내가 있으나 마나 티가 안나서??


끙....

그냥 전자로 생각하자!

 내 이너피쓰~(inner peace!)를 위해서!

ㅋㅋㅋ

이렇게 멘탈 갑으로 다시 태어나는 고야!! 캬캬캬캬캬캬..

...

...






근데..

왜이리 씁쓸하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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