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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Sep 21. 2024

1패

그렇게 진정한 사회복지사의 의무를 밤새 고민하다

수 십번의 이불킥과 불면증으로

퀭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니

 

"그렇게 입고 다니면 편해?"


하고 사수님이 대뜸 묻는다


왜? 뭐? 또 머머??

화장실 문도 거뜬히 열어제낄 수 있는 편안한 저지소재의

티셔츠무릎으로 걸어댕겨도 늘어날것 같지 않는 신소재

(스판끼 5%)의 깜장 바지.

누군가 그랬다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운동화는 보라색이라고!

아무도 소화 못할 것만 같은 이 조합을 믹스매치해서

일명 출장핏으로 입고 왔는데 또 왜요??


"움직이기 편한데 왜요?"


" 그래? 본인이 편하면 남들도 편하게 대한다~"


뭔말이여 아침 댓바람부터...

사수님이 나를 가장 편하게 막대하믄서..흥!


어디보자~ 그리 말씀하시는 사수님 스타일은?

늘 같다.

정장스타일! 

넥타이을 찰 때와 안 찰때로 나뉠  그냥 양복이다.

나도 처음엔 정장 입고 댕겼었지..

근데 너~무 불편하다.

가만히 앉아서 누구처럼 민원대 업무만 보라면

까짓꺼 나도 차려 입을 수 있다 이거야!




출장서류를 준비하고 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도우미 언니가 대뜸 화를 내는 거다.

본인이 알려준대로 일을 안했다며..필요한 서류를

덜 받았네 싸인이 여기가 아니네..

난 메뉴얼 대로 했을 뿐인데..뭐가 틀렸다는 건지..


도우미 언니는 새로 바뀐 규정과 서류에 대한 교육을

안 받았기 때문에 무조건 자기 말이 옳다며

그 큰 동사무소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나를

개무시다.

담당 공무원은 난데..

갑자기 자괴감 몰려온다..

그리고 딩~ 하소리와 함께 음성서비스가

(귓가에)지원되었다


"편하게 입으면 남들도 나를 편하게 대한다..."


울 사수님이 이런 뜻에서 하신 말씀이셨구나..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싸부!!



일단 출장을 나갔다.

첫번째 집 앞에서 한솔이(공익)와 손을 얹고

파이팅을 외쳤다

사회복지사의 의무를 다 하돼 무리한 부탁은 거절한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와드린다!

아자아자!


개뿔!!

언제 인생이 내맘대로 돌아갔냐..



입출금 처리를 해야하는데 은행가서 처리좀 해달라

공과금 납부 좀 해달라

냉장고 좀 고쳐달라

화장실 타일이 깨졌는데 붙여달라

대문이 안닫힌다 고쳐달라

월세가 너무 비싸니 집주인한테 전화해서 좀 깍아달라

해달라.

이사를 해야하는데 괜찮은 집인지 같이 가서 함 봐달라

심지어는

집에 쥐가 많으니 쥐덫 놔서 좀 잡아달라..

.

.

.

민원인들의 요구사항은 진짜 끝이 없었다.

무리한 부탁을 하시고 수용이 안 되면 화를 내신다.

화를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더 나열하다가는 뒷목 잡을까봐 이만 줄임)


저 일 중에 사회복지사가 할 일은 빵 건(0건),

정작 가져간 새로운 복지서비스

신청건 빵 건(0건)이었다.


(어려운 일 처리도 해주시고 도와줄 일 생기면 동에 알려주시는 통장님도 계시고 독거노인분들은 전문 독거노인관리사분들이 직접 방문해 해결해 주신다.

지금은 더 많은 서비스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점심 시간이 되자 한솔이는 동으로 보내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불편한 정장을 조용히 꺼냈다.

카라도 가장 빳빳한 블라우스로 골라  몸을 낑겨 넣었다


친절한 사회복지사는 되겠지만

쉽게 보이는 사회복지사는 절대 거절다.

블라우스 맨 위 단추까지 꽉 채우며 (켁)

결의를 다졌다.


칼주름 잡힌 정장을 입고 동으로 돌아온 나를 보더니

우리의 서사수님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으셨다..팔짱을 낀 채로..

(아놔~ 자존심 상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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