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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Sep 14. 2024

오지라퍼와 환상의 짝궁!

그렇게 사수님이 신입생 합숙훈련을 간 2주 동안

와 공익근무요원 한솔이

친분을 쌓고 지식을 쌓고 ..우여곡절 끝에 전산입력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

한솔이는 이모뻘인 나에게 감사하게도 누나라고 불러줬고(물론 사석에서)

ㅋㅋ제가 멀~찍허니 떨어져서 빠르게 쓰윽 보면

좀 동안이긴 하지만서도..ㅋㅋㅋㅋ


흠흠

어쨌든 2주 동안 동사무소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었다.


올해 사회복지쪽 임무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외계층을 발굴하여 직접 찾아가 복지혜택을 안내해 드리는...

방문형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성과보고 해야됨)


출장에는 원칙이 있다 무조건 2인 1조! 

어떤 사건사고가 생길지 모르니 출장 장소를 알리고

꼭 짝을 이뤄 나가야 한단다.  


내가 그리 위험한 직종이었던가..ㅜㅜ

허기사..예전에 정신질환자 집에 방문했을 때는 식칼을 앞에 두고 상담을 했던 적도 있었으니깐

(생명보험을 한 개 더 들어놓을까...)


우리 아름다운 서사수님께서는 자기는 용감하게

동을 지키고 있을테니까 나보고 다녀오란다

A형 간염환자라 무리하면 안된다며 가장 위험한 동을 지키겠노라며..

(얼씨구! 배울 점이 아주그냥 흘러넘치는 분일쎄..)




사회복지 담당 한솔이와 내가 2인 1조가 됐다...

이게 맞나 싶지만..뭐..누구 한 명은 민원대를 지켜야 하니..신입이 내가 뺑이 돌아야지..

9급 나부랭이가 까야믄 까야죠..

(근데 서사수님도  시험을 보고 들어온터라 나랑 같은 9급나부랭이ㅋㅋ.. 호봉만 더 높을 뿐..)


먼저 기초생활수급자 실태보고를 위해 서류를 챙기고 주소를 확인하며 출발!

(어제 미리 오늘 방문합니다!라고 전화를 미리 돌렸다)


첫번 째 어르신은 독거 노인이신데(할머니)

어르신들은 거의 집에 안 계신다

경로당가서 식사도 해결하시고 적적함을 달래느라 저녁쯤에나 귀가하신다.


혹시 알고들 계셨을라나?

구청에서 동마다 있는 경로당에(여러군데) 쌀값이며 반찬값이며 유지비가 매달 나간다는거..

여러분들이 개같이 벌어 뜯기듯 내신 세금이 이렇게나 아름답게 쓰입니다.



첫번째 어르신은 시간에 맞춰 대문 앞에 나와계셨다.


“어르신! 기초생활수급비는 잘 사용하고 계시죠?

다른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응~ 화장실 문이 잠겼어. 그것 좀 열어줘~”


“예?”


”화장실 문이 잠겨갖고 내가 어제부터 볼 일을 남의 집 가서 본다고..그것좀 열어봐봐.“

하신다.



한솔이와 나는 눈을 쳐다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어여!! 나 급햐!!”하시는 말씀에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가 봤다.

불편하게 화장실은 실외에 있었고

나오면서 잠금장치를 누르고 나오신듯 보였다.

작은 창문으로 우찌우찌하면 들어갈 수도 있을것 같고..

“니가 들어가! 누나 관절 안 좋다!”


“엎드려”


화장실 창문이 높아 못 올라가것다며 나보고 엎드리란다.

이게 미쳤나..


나를 밟고 올라가것다고?

“어르신! 의자 있어요?”


없는디?


이런..

옆에 있는 고무통을 엎었다

살짝만 밟고 빠르게 진입해라 오버~


우리는 그렇게 낑낑대며 화장실 문을 열어드렸고

어르신은 너무나 고맙다며

요구르트에 빨대까지 끼워 각 1병씩 주셨다.

대문 앞에 앉아 쪽쪽 빨면서

“한솔아! 우리 근데..이게 맞는거냐?

뭔 사회복지사가 화장실 문이나 열어주고 앉았냐?”



다음 집은 더 가관이었다.

수도꼭지가 오래되서 물이 자꾸 샌다며 그걸

고쳐 달라고 하신다

“저기..어르신..저는 복지혜택 받고 계시는데 어려운 점이 없으신지. 혹시 모르고 놓치는 부분이 있진 않으신지

여쭤보고 도와드리러 왔는데요?“

조심히 말씀드리니

”그니께 수도는 못 고쳐준다는 거여?“


“당연하죠~제가 어딜봐서 수도를 고치게 생겼습니까?”


“그럼 됐어! 그런것도 못 고쳐 줄거믄서 뭐하러 찾아댕긴대?”

쌩 ~ 하신다. 수도 외엔 불편한거 전~혀 없으시단다...


아닌데..나 교육 받을 때 맥가이버가 되라는 말은 못들었는데...

이렇게 교육과 현실이 달라서야...



그 다음 집은..

형광등이 나가서 밤에 불도 못 키신다며..

저도 형광등 못 갈아요 어르신~ㅜㅜ

“한솔아! 형광등 갈 줄 아냐?”

다행히 안단다.

근데..새로 갈아드릴 등은...없다.

얼른 하나 사와서 갈아달라면서..

하~ 그래 형광등 쯤이야..

급하게 마트에 가서 형광등을 사서 갈아드렸더니

해맑게 좋아하셨다.(내돈내산)


그렇게 자원봉사 같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미 동사무소는 문이 닫혔고

사수님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사수님께 오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oo씨! 지금 무료자원봉사하러 입사했어? 안되는 건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되는 건 확실하게 해드려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복지혜택을 알려드리고 그걸 놓치지 않 받게 해드리는 거야.  뭔 오지랖 넓게 이것저것 고쳐주고 댕기는 거야 지금! 본인 일이나 잘해!

 정신 차려~~ 00씨가 그렇게 하고 다니면

다른 사회복지사들도 다 공구박스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고쳐드리고 다녀야 해! 알겠어? 아직 월급도 안 받았으면서 본인 돈으로 다 사다드릴 셈이야? 박봉이면서 ?“



버럭 화를 내셔서 눈물이 찔끔날 뻔 했다.

맞다. 내가 열심히 일하시는 사회복지사분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걸지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본분을 잊어서는 안되지..

나는 나랏밥을 먹는 공노비..아니아니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다! 소외계층에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는 사회복지사다!!


이 놈의 오지랖은...

죽어야 고치지.. 나 따라 다니면서 하루종일 고생한

환상의 짝꿍! 한솔이에게 저녁을 사주면서


“한솔아! 우리 내일부터는 오지랖 떨지말고 본분에 충실하자!”

결의를 다지며 사이다로 건배를 했다.


나만 잘하면 됩니다..ㅜ.ㅜ

그나저나 수도꼭지 고장난 어르신은 우찌 고치셨나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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