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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에 살아요 2

하~ 풀하우스에 이어 이제는 정글집이냣??

by 이지랖

토독토독..

비가 내린다.

폭염을 잠재우는 이런 단비가 내릴 땐..

나는 꼭 해야할 일이 있다. 레인코트를 주섬주섬 챙겨입는다.

그리고...




연장 챙겨 장화를 신고 후다닥 뛰쳐나간다.

비가 와서 대지가 촉촉하니 젖어있을 때가 바로 적기!!

풀이 아주 쑤~욱 뽑히니께 내 작고 소중한 전완근 이두근을 크게 사용하지 않아도 속이 시원하게 막막 뽑힌다.


대신...

또 하나의 전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모기...윽!!

풀도 싫지만 모기 너는 더욱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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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뽑을 땐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하고 오디오북을 듣는다.

비록 고되고 별 소득도 없는 단순 노동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 날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옷을 뒤집어 쓰고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고 연장 챙겨 풀을 열심히도 뽑았더랬다.

책 한권을 완독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는데..


왐마!! 이것은 또 뭐란 말인가?

내 사과같은 내 엉덩이(일명 애플힙)가 모기들의 사정없는 공격으로 울퉁불퉁 늙은 호박이 되어있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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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쬐끔 보태서 한 30방은 물린듯 했다.

밤새 이불킥하느라 잠을 못잤다.

모기들이 내 엉덩이며 등짝이며 오마카세로 냠냠 식사하는 동안 그것도 인지하지 못한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모기소리를 못들음)

나 자신한테 화가 나서 또

너무 가려워서 득득 긁다가 쓰라린 상처에 상처받아서

(비옷 사이로 기어들어온 모기 시끼가 아주 여유롭게 내 엉덩이를 타킷으로 삼아 배터지게 식사하고 간듯. 이런 쒸~)




친한 약사님께 아침댓바람부터 달려갔다.

내 비록 환부(엉댕이)를 보여드릴 수는 없으나 모기들의 무차별한 공격으로 인해 애플힙이 펌킨힙(호박)이 됐으니 얼른 처방을 해달라고.

약사님께서 자초지종을 들으시곤 이걸 쓰윽 내미신다.


한여름에 풀숲에 드러누워 야외취침을 해도 모기들에게 피 한방울 내어주지 않을 수 있다 내 장담하네~

진정이십니까?

오홍~그렇단 말씀이시죠?


당장 테스트를 해봤다.

옷 위에 맨 살위에 쓱쓱 바르고 다시 이어폰을 착용했다.

1시간 정도의 고된 노동후 샤워하며 확인한 내 몸땡이에는 그 어떤 모기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으흐흐흐흐


그래서 30방의 모기의 흔적이 가라앉은 뒤 늙은 호박 힙에서 본연의 애플힙으로 돌아왔느냐고 물으신다면..흠흠..

개인정보라 노코멘트하것습니닷!!(뜨끔)ㅋㅋㅋ





4월 초에 무려 1시간 반을 달려 화훼농원을 갔다.


오늘 드디어 빅프로젝트!!

작물계의 똥손이 화훼계의 금손으로 재탄생한드아~~

풀떼기들 대신 아름답고 오색찬란한 꽃들로 내 정원을 꾸며 볼꺼양! ㅋㅋㅋ

조금 저렴하고 꽃종류도 많은 곳으로 지인에게 소개받아 왔다.


하~ 근데..종류가 많기도 하여라

월동? 그건 또 뭐여? 다년생은 알것고 1년생은 패쓰~ 사장님께 이래저래 조언도 듣고 할랬든만

꽃 사러 오신 분들이 너무 많아 설명듣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녔다.

그냥 뭐. 대충 내 취향껏 고르면 되것지?

이왕이면 향기도 폴폴~ 나면 더 좋겠는데.

풀 대신 돌 담을 채울 꽃잔디랑 패랭이 잔뜩 구입하고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이것저것 잔뜩 사서

트렁크 한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왔다.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심어봤어요ㅋㅋ


가만있어 보자..

사장님한테 뭔 설명을 듣긴 들은것도 같은데..

아차차 다음 주에 기온이 내려가니깐 꽃잔디랑 패랭이만 심고 다른건 실내에 뒀다가 다다음주에 심으라고 하셨지?


에이 설마~

곧 4월 중순인데 뭔 또 냉해를 입을라고??

.

.

.


입었다. 냉해!!

4월에 눈이 내렸다. 그것도 백 몇 년만에!


왜! 큰 돈들여 힘들게 꽃 심어놨더니 하필!

뭣 때문에? Why?

이런 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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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꽃잔디는 살아남았으나...따흑(이하 생략)

.

.

(대충 나머지 꽃들은 다 죽었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언제 뭐 내 맘대로 되었더냣!

받아들인다! 이미 벌어진 일!

땅을 친다고 죽었던 꽃들이 되살아나는것도 아니고 풀떼기들과 함께 작렬히 화장시켜주고



나는 또.

화훼단지로 향했다

2차로 또 대량 구매!

이번에도 설마 또?에이~


에라 모르것다 언제 뭐 하늘이 내편이었더냐!

그냥 다시 심엇!!죽으면 또 심는드아~~~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했다.

인생은 원래 지랄맞은 거라 했다!


내가 지쳐 쓰러질까봐? 흥이닷!!


(근데..이제 나도 빗속에서 말고 햇살 좋은 날 춤 추고 싶은뎁. 그럼 더 잘 출 수 있는뎁..언제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란 말이냣!!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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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십니까?

놉!

꽃같이 생긴 저는!(ㅋㅋ)

꽃보다는 돈을 더 좋아합니닷!!!(당당)

풀떼기 자라는 꼴은 못보것고 농작물 키우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서 선택해본 거다.


제초제를 뿌려봤다.

손쉽게 잡초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해서.

그랬더니 풀도 죽고 땅도 같이 죽어갔다.

버석거린다고 해야 할까? 영~ 흙들이 힘도 없고 해서 그만뒀다.


야자매트를 깔아봤다.

오호라~ 그러니께 이걸 쭈욱 깔아놓고 밟고만 댕겨도 풀이 안자란다고??




누가 그랬어!!!!

확마! 잡히면 진짜 가만 안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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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매트 사이사이로 풀들이 고개를 들이미니 뽑기도 정말 옹삭스럽고(사투리에요. ‘불편하다’그런 뜻입니다)

풀 뽑다가 야자매트도 뜯겨져서 영~ 꼴보기가 싫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꺼내 든 비장의 무기가 꽃으로 뒤덮어 버리기!!

.

.


경기도 오산!!(좀 올드했다 ㅋㅋㅋ)


아놔~ 진짜 꽃들 사이사이로 풀들이 자라니깐 이건 뭐~

흑백요리사에서 배운 한꼬집 전법으로다가 뽑아내다가 원래도 더러운 성질 더 더러워지고

풀과 꽃이 섞여있어요
뭐가 꽃이고 뭐가 풀일까요?

풀 뽑다가 꽃들 뿌리 뽑는 건 예사요, 온 정신을 집중해 뽑다보니 능률도 안오르고 뒷목은 더 땡기고(빠직!)


아~ 어쩌란 말이냐!


그러던 와중에 손가락을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별이총각(울 집 강아지에요)과 산책하다 발목을 접질려서

인대가 늘어나는 사건이 연달아 또 발생!

무려 4주 동안 풀하우스를 강제 폐쇄하였다.



그리고 4주 후 다시 찾은 풀하우스를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풀하우스가 웬말이냣 이것은 정글집닷!

흐미 이러다 뱀 나오긋네~~









올해 수확한 농작물 중간보고!

자두 나무에서 딸랑 자두 4개!

매실나무 5그루에서 수확한 양입니닷

매실나무에서 매실 한 바구니!

그리고 넘쳐나는 풀떼기들!!

이상 중간보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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