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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쓰는 윰

안락한 이별

by 유민


지난번 파도에 휩쓸린 돛단배

가까스로 도로 뒤집어 놓았

이미 떠내려 간 노 두 짝을

무슨 수로 찾을 수 있겠어


이 시시한 끝을 알았더라면

그다지 겁내지 않았을 텐데

고작 이것뿐인 우리의 끝을

어떻게 바꿔 보려 했던 걸까


나는 말야 우리가 정말 한심하더군

그래 맞아 이 결말은 원하지 않았어

끝나버린 시간을 힘껏 돌려보라고

어느 요정이 기막히게 말을 들어주는지


그냥 이러고 살겠지

그냥 이렇게 살고 말 거야

절대 그리워하지 않고 마음 편히

그 무엇보다 안락한 눈물의 침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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