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착각

by 주작가

한참을 돌아

이제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리포트를 읽고, 산업의 흐름을 살피고,

기업의 역사와 사람을 보는 눈도 생겼다고 믿었다.


예전처럼

누가 좋다고 하면 덥석 사지도 않고,

단기 뉴스에 흔들려 팔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는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가 되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다른 종목이 급등하면 다시 조급해지고,

누군가가 수익을 자랑하면 다시 비교하게 되고,

내가 믿은 기업이 지지부진하면

‘내 판단이 틀린 건 아닐까’ 자책하게 된다.


안목이 생겼다고 믿는 순간,

나는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가장 쉽게 흔들린다.


처음엔 몰라서 흔들렸고,

지금은 안다고 착각해서 더 흔들린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이 회사를 매수했는가?’

‘나는 어떤 시간을 견디겠다고 했는가?’

‘나는 어떤 투자자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 송이 씨앗처럼 다시 작아진다.

하지만 그 작아짐은

피어날 준비이기도 하다.


한 번의 기준은 아직 뿌리가 아니다.

흔들림을 자각할수록,

나는 더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된다.


꽃은 그렇게 피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다시 나를 확인하는 것이
진짜 피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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