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피는 나

by 주작가

연꽃을 보았다.

흙탕물 위, 탁하고 혼란스러운 물결 속에서

고요하게 피어 있는 꽃 한 송이.

물은 더럽고, 바닥은 보이지 않는데

그 가운데서도 꽃은 자신을 피워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다

처음 주식을 시작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흙탕물 같았다.

지인이 좋다 하니 사고,

친구가 샀다 하니 따라 사고,

뉴스를 보고 불안해하며 팔고,

이유 없는 확신과 기준 없는 불신 사이를 떠돌았다.


흙탕물 속에서

무언가를 피우고 싶었지만

어디가 위인지, 무엇이 뿌리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 시간은 혼란이었다.

매수와 매도가 감정이었고,

손익은 방향이 아니라 소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필요했다.


흙탕물 없이는 연꽃이 피지 않는다.

혼돈 없이 안목은 생기지 않는다.


정보는 많았지만 내 기준은 없었고,

말은 들었지만 내 생각은 없었다.

그런 시간들을 견디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나만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이 기업이 왜 괜찮은지,

이 산업이 왜 주목할 만한지,

지금의 선택이 나의 어떤 신념에 닿아 있는지.


그제야

탁한 시장 안에서도

나는 흐려지지 않는 꽃 한 송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시장이라는 진흙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피어나는 꽃은
결국 자기 기준이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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