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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존재 Sep 18. 2023

12년이 걸렸어요-3

자식들과 함께

"얘들아, 오늘 엄마가 밥 살게. 시간 정해"

"저녁 좋아요."

"그럼 7시에 먹자."

"오키~~~~~"

애들이 좋아하는 식당으로 갔다.

음식을 기다리며

"그런데,  왜 밥 사는 거야?"

"오늘까지 마음을 정리하고 9월을 맞이하고 싶어서"

"뭔데요?"

"사실은 며칠 전에 12년 동안 풀지 못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걸 풀었어."
"와!  잘 됐다." 나의 말에 늘 지지해 주는 자식들이 있어서 고맙다.

나의 이야기를 들고

"엄마! 진짜 고생 많이 했어. 깐깐한 할머니 모시고 28년을 , 오빠 아프고, 아빠는 너무 멀리 있고, 막내고모는 애들 데리고 매일 오시고. 그러다가 집 짓고 바로 아래층으로 이사 오고 참 답이 없었지. 그래서 아빠한테 말했어?"

"아니"

"왜 안 했어. 엄마 고생한 걸 아빠도 알아야지." 언제나  나의 감정 친구 '딸 혜란'.

"아빠한테  일이 생겼을 때마다  불만을 얘기하면 아빠도 얼마나 속상하겠니. 듣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지."

"그래도 엄마 마음이 풀릴 때까지 말을 해야 해."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아빠도 사랑하는 가족이잖아."

"엄마 말이 맞아, 엄마가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아빠한테 말하고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엄마는, 수현이 이모도 있고, 윤정이 이모도 있고 우리도 있잖아. 너무 몰아붙이면 상대방도 나가떨어져." 

이성의 친구 '아들 민수'

"엄마, 그런데 그렇게 힘들고 짜증이 났을 텐데 왜 이혼을 안 했어?"

"그랬다면, 그때 집을 나갔거나, 이혼을 했다면 너희들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  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니!" 단호한 대답들

"그래서 참았어, 이 시간들을 기다리며. 나 하나만 바로 서면 견딜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할머니 덕분에 많은 것을  경험해서, 강의할 때나, 사람들 만날 때 도움이 많이 됐지

사회생활에서 사람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데, 할머니 보다 어려운 사람은 없어."

"하하하하 그건 그래." 모두들 동감.

난, 오늘  너무 즐겁다. 그동안의 설움이 한꺼번에 녹아내렸다.

내일 9월은 즐거움으로 시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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