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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의환 Oct 24. 2021

(4) 직장 생활 중의 꼬뚜레

iv) 신분의 꼬뚜레

iv) 신분의 꼬뚜레

 

귀족과 평민 그리고 노예라는 신분 제도는 인류 역사상 공통적인 유산이었다가 근대로 넘어오면서 신분이 서서히 철폐된 것은  아는 사실이다우리나라도 조선 시대까지  국민의 40%가량이 천민이었다고 한다양반과 상민이라는 반상(班常) 구별은 없어졌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상민이라는 뜻의 ‘상놈’ (常人) 욕으로 쓰고 있다인도도 마하트마 간디의 오랜 노력으로 1955 카스트 제도를 법으로 철폐하였지만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브라만 (승려), 크샤트리아 (귀족무사), 바이샤 (평민), 수드라 (노예)라는 주요 4계급이 지역에 따라  명칭은 다르지만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4계급 이하 수드라보다도  낮은 계급을 달리트(Dalit) 부르며영어로는 ‘언터쳐블(Untouchable; 不可觸賤民)' 이라 표현한다아무리 하수도나 화장실 관련된   아주 더러운 작업(Dirty Job) 한다지만 그들을 만지지도 말라는 의미의 ‘언터쳐블  심한 모욕적 호칭이라는 생각 했다실제로 그들은 영화 부쉬 (Bush man)처럼 그곳만 손바닥 만한 작은  조각으로 가리고 정화조 속에 들어가 청소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없었다.

 

인도에는 카스트를 바탕으로  힌두교 이전에 불교가 서기전 500년부터 있었고예수님의 12 제자   분인 사도 도마(St. Thomas) 예수 당시에 인도에 와서 기독교를 전파하였다그는 남인도  첸나이(Chennai)  성당 지하에 묻혀 있다불교가 인도에서 발생하였고기독교가 인도에 그리 일찍 전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만인 평등을 주창하는  위대한 종교들이 융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도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카스트를 인정하고 만인은 평등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아니 평등하지 않다고 교육받으며 자라 왔다는  정확한 표현  것이다비록  세상에서는 천민으로 태어나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착하게 살다 죽으면 내세에서는 귀족으로부자로 환생할 것이라고 믿으니 신분 상승을 위해 바둥바둥 노력하지 않는다

 

 딸이 1996 인도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인도 상공부 공무원에게 부탁해서 어렵사리 입학시킨 가톨릭 재단의 인도 사립학교였다첫날 교칙대로 초록  주름치마에 푸른 블라우스 그리고  양말에  운동화를 신겨서 학교로 데려갔는데 깜짝 놀랐다인구 700 첸나이 시에서 최고 수준의 사립학교라는데 많은 학생들이 맨발로 등교하는 것이었다.  교실 안은 1960년대의 내가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와 똑같았다조그만 나무 책상걸상에   60 명이 남자여자가 짝을 지어 앉는 콩나물 교실이었다다만 다른 점은 워낙 날씨가 더우니 천정에 커다란 팬이 빙글빙글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딸애는 첫날만  학교 변소에 갔고  3 동안 학교 변소에 절대  갔다너무 냄새나고 지저분해서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집에서 화장실 가고학교에 있는 동안 내내 꾹꾹 참다가 오후에 집에 와서는 제일 먼저 화장실에 달려갔다

 

시커먼 인도 학생들에게 피부가 뽀얀   딸은 그저 신비한 대상이었다특히 남자 애들이 딸애의 팔뚝 피부를 만져 보고자 안달들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학교 다니는데 어느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짝꿍 남자의 몸에 (Louse) 있고  이들이 책상을 가로질러 딸애의 몸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른다는 것이 이유였다우리 집에 비상이 걸렸다부랴 부랴 냄새나는  약을 사다가 애들 몸에 발라 주고유아원에 다니는 작은 딸애를 보니 머리에 서캐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아빠로서 그런 학교에 사랑스러운 딸내미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서글프고 가슴 아팠다.  

 

우연히  딸의 초등학교 1 학년 읽기(Reading) 교과서를 보다가  불교와 기독교가 맥을  추는지 답을 찾았다우리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의 ‘영이와 철수처럼  글자로 이런 내용과 삽화가 실려 있었다.

 “락시미(브라만 계급의 여자 이름) 은행에서 일합니다은행에는 에어컨이 있습니다그녀는 평생 부자로  겁니다그러나 꾸마리(천민 계급의 여자 이름) 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어서 먹고 삽니다그녀는 평생 가난하게  겁니다.”

 

각자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여 부자는 부자대로천민은 가난한 채로 그저  세상 살다 가라는 체념의 메시지가 담긴 국어 교과서였다모든 사람이 불성을 가지고 있어 노력하여 깨달으면 부처가   있고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귀한 자손이라는 불교와 기독교의 평등사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입학    정도 지나서  딸이 기말 시험을 보고  시험지를 집에 가지고 왔다 시험지를 보고    놀랐다우리로 치면 ‘바른생활’ 시험 문제가 아래와 같았다.

 

문제다음 괄호 안의 단어  맞는 것에 동그라미 치세요.

1.  (Father, Mother) is the head of a family.

2.  A (Boy, Girl) is helping (his, her) mother in the kitchen.

1 정답은 Father였고 2 정답은 Girl her였다조선 시대와 같이 가부장제적 가치관과 질서를 확실하게 주입시키고 있었다한국 같으면 여성 단체에서  교과서 불사르고 난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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