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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의환 Oct 24. 2021

(4) 직장 생활 중의 꼬뚜레

v) 변명의 코뚜레

v) 변명의 코뚜레

 

어떤 친구는 인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No problem이다'라고 말했다 인도 생활 8 동안에  ‘ 쁘라블럼이라는  때문에  숱한 시행착오와 곤란을 겪었지만어떻게  친구는 짧은 인도 여행에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인도 사람들은 ‘No Problem’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아마도  친구는 여행 중에  말에 인도 사람들을 단단히 믿고 있었다가 막상 가보니 하나도 준비가  되어 있고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낭패를 당한 듯싶다나도 그랬었으니까.

 

브라질 사람들과 인도 사람들의 공통점 하나는 자기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I am sorry”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다그들에게는 아픈 과거 역사이겠지만 오랜 식민 시대에 형성된 피지배 계층의 피해 의식의 발로이다과거 식민 시대에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치명적인 제재를 당하였으므로 차라리 끝까지 버티는   낫다는 의식이  역사적 이유라고 보인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깃만 스쳐도 먼저 ‘I am sorry’ 말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웃으며  손바닥을 상대방에게 보인다과거에 권총 차고  타고 다니던 시절에나와 불쑥 마주친 사람이 기분 나빠서 갑자기 총으로   수도 있었으니까  없으니 쏘지 말라는 제스처까지 하는 것이다결국 인도브라질 사람들이나 미국 사람들은 공통적으로는 살아 남기 위해서 ‘I am sorry’ 끝까지  하거나 또는 즉시 한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인데 그것이 현재는 국민성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도 사람들에게 무엇을 부탁하거나 지시하면 즉각적으로 ‘No problem’이라고 대답한다미심쩍어서 정말로 언제까지    있느냐고 다시 물어보면 즉각 ‘Definitely’라고 대답한다  믿고 가만있다가는 십중팔구 낭패당한다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체크하면서 다시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으면  된다 번은  한국의 경영학 교수 몇십 분을 인도에 초청하여  H 자동차 인도 공장의 성공 사례를 브리핑하는 행사가 있었다행사를 준비하면서 인도인 총무과장을 불러  행사는 역사적인 것이니 기록을 위해 행사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보관하도록 지시했다물론 총무과장은 ‘No problem!  Definitely!’ 연발했다행사가 끝나고 비디오를 돌려보다가 경악했다나를 비롯한 발표자들의 얼굴이나 교수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고그저 스크린 상의 파워 포인트 발표 자료만 비디오에 보이는 것이었다.

 

화가 나서 총무과장을 불러 발표자 얼굴도 찍고 청중 모습도 찍었어야지 어찌 이미 자료화된 스크린만 찍었냐고 질책하자 그도 잘못한 것을 금방 알아채는  같았다그러나 그는 끝까지 ‘I am sorry’라고   하고 대신 나에게 반문했다처음 내가 지시할  발표자도 찍고 청중도 찍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따져오는 것이었다자기 과실을 인정하는 순간 해고당할  있다는 인식하에 끝까지 우겨보는 것이었다그때는 화가 나고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과연 우리는  그랬던가?’라고 자문(自問)하게 된다. ‘법률 위에 헌법 있고 헌법 위에 떼법 있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자기 잘못을 덮으려고 막무가내로 떼쓰는 집단이 얼마나 많은가?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가  쇠고기 수출을 제일 많이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는  세계 쇠고기 수출 3 내지 4등을 하는  국가이다인도라고 해서 모든 소가 신성시되는 것은 아니다이른바 ‘Holy Cow’라고 하얗거나 누렇고 등에 혹이 있으며 눈이 엄청 커서 착하고 예쁘게 생긴 소가 있다.  브라질에도  소들이 인도에서 이민 와서  살고 있다 소가 인도에서는 신성시된다반면 이슬람교도들이 도축해서 수출하는 소는 대부분 물소(버펄로)이다 소에도 카스트가 있어, Holy Cow  아닌 시커멓고 못생긴 물소(버펄로) 국가 경제를 위해 희생된다.

 

1999년쯤 내가 근무하던  인도 법인에서 현지인 사장을 영입했다성은 Mr. Ghandi.  신분은  브라만으로서 매우 훌륭한 리더십과 인품을 가진 분이었다그분에게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국에 모시고 왔었다그분은  채식주의자(Pure Vegetarian)로서 고기는 물론 우유도 계란도  먹는 분이었다그런 사람을 모시고 한국 여행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식당에 가면 고깃 가루  계란이  들어간 특수 비빔밥을 따로 주문해야 했다지방 공장을  둘러 보고 나자공장 사장이 저녁 대접하겠다고 경주의 오성급 호텔 양식집에 우리를 초대했다공장 사장은 “ 레쓰토랑에는 비프스테이크가 최고 요리라면서 나와 간디 사장의 의견도  물어보고 바로 비프스테이크를 주문해 버렸다난감했다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왔고  어쩔  몰라하는  간디 사장은 바로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깨끗이 먹어 치웠다놀라지 않을  없었다식사  물어봤다

 

쇠고기를 먹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Mr. Ghandi, I am terribly sorry for the situation forcing you to take beef.)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문제없어요(No problem!) 

갑자기 머리가 해지며 헷갈렸다.

문제가 없다니  이해가  가요당신은 순채식 주의자이잖아요( I can’t understand why it was no problem for you?  You are pure vegetarian.)

그러자 간디 사장이 아무렇지도 않은  대답했다.

왜냐하면  요리는 인도 소가 아니라  한국 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Because, it was not Indian cow, but it was Korean cow.)

 

세상에!!! 처녀가 애를 배도  말이 있다더니….  가지 배웠다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합리화(Justification) 시키고자 노력한다고.  합리화와 변명은 무슨 차이인지는 몰라도 꼬뚜레에 기속  약한 자들의 몸부림이다그렇다고 꼬뚜레가 벗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꼬뚜레에 묶여 살더라도 저승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필요한 임기응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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