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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의환 Oct 24. 2021

(4) 직장 생활 중의 코뚜레

viii)   브라질이라는 꼬뚜레

viii)   브라질이라는 꼬뚜레 

 

2010 4 우기가 끝난 어는 비행기 안에서만 거의 24시간을 보낸 다음 브라질 사웅 파울로 공항에 도착하였다공항에 도착한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한국은 아직 나목(裸木)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반해녹음이 우거진 초목을 보니 남반구의 풍경이 사뭇 생경했다그날 비는 우기가 끝난 다음 오랜만에 오는 반가운 비라고 마중 나온 직원이 말하며나의 부임을 하늘이 축하하는  같다고 말했다하긴 브라질 사람들 말대로라면하느님은 브라질 출신이니 맘대로 비를 뿌려 나를 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브라질 땅을 보면서 느낀 것은 공기는 상쾌하고푸른 초원과 흰구름이 끝없이 펼쳐지는 축복받은 따봉(Ta bong! 엄지 !) 땅이라는 점이었다땅은 비옥하고 과일과 맛있는 고기는 싸고 풍부했다

 

브라질 부임 첫해 육류를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콜레스테롤(고지혈수치가 높아졌다다음 해부터는 육류를 줄이고 과일을 삼시 세끼 엄청 많이 먹었더니 슬슬 혈당이 높아지고 있었다모든 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삼십   오렌지 주스 광고에서 유행시켜서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말이 엄지  내밀며 하는 ‘따봉!’이다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포르투갈어(葡語)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it’s good!” 정도로 최고로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어지간하면 누구에게나 해야 하는 말이다브라질에서는 말을  해도 엄지 손가락만  쓰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운전  끼어 들려할 때도  안에서 엄지 손가락만  올리면 공간을 내주고거리에 예쁜 아가씨가 지나갈  엄지 손가락을 하면  눈웃음을 쳐준다브라질에 주재원으로 나갈 요원은 영어는 못해도 되는데 엄지 손가락만은 자유자재로 치켜올릴  있는 능력이 필수 자격 요건이다

 

따봉처럼 우리가 포어 인지도 모르고 일상생활에서 쓰는 브라질   단어가 있다하나는 ‘이다먹는 빵은 포어의 빠옹(Pao)에서 나온 것이다 하나는 어릴  장날시장 바닥의 약장수가  쓰던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로   있어도 ‘고프’ 없이는  마십니다에서 고프가 일어인  아는데 실은 컵이라는 뜻의 포어 ‘Copo’ 발음하는 것이다 외에도  어릴  외할머니께서 비누를 보고 ‘사보 네찌 하셨는데 그것도 브라질에 가서 포어임을 알게 되었다포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싸우지이다싸우지(Saude) ‘건강이라는 뜻인데 술좌석에서는 우리말의위하여처럼 ‘건배라는 의미로 쓰인다. ‘싸우지 ‘싸랑과 우정과 지성 줄임 말과 일치하며 삼행시로는 ‘싸우지 말고우기지 말고지랄하지 말자 풀이되니 건배사로 이보다  좋은 말이 없을 듯하다나는  싸우지라는 건배사를 한국에서 국회의원  정치인이 해외 산업현장 방문이라는 명분으로   면저  회식 자리에서  써먹었다.

 

사탕수수 밭을 깎아 내어 공장을 짓고현지인을 채용하고 한국에 보내 훈련시켜 자동차를 생산하니 뿌듯함과 성취감에 저녁마다 공장 구석을 발로 걸어 다니며 기특한 자식새끼 쳐다보듯이 애정을 쏟아부었다

꽃이 오래가는 쁘리마베라를 심고 그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는 화사해진 공장을 바라보노라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한국에서 국회의원기자  VIP 오면 항상 브리핑 끝에서는  “우리는 (해외)에서 벌어 (한국) 살찌우는 기업이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올리는 민간 외교관임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멘트로 “자동차와 더불어 한국의 유수 전자회사의 폰도 한국의 대표 수출 상품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비자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어 보이질 않지만우리 제품은 거리를 누비며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있다라고 말하면 다들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2015 4브라질에서 독신 여자 대통령  명이 만나 포옹했다그때 나는 한국과 브라질의 경제인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 협력 성공 사례로 우리 공장을 소개하며 브라질 대통령이 칭찬하는 모범 기업이 되었다고 브리핑했다 브라질 직원들에게는 한국의 대통령은 지지율 50% 이지만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 인플레 율과 똑같은 한자리 숫자라고 뻐기면서 비교설명해 주었다그로부터 1 후인 지난 8나와 우리 직원들은 리오 올림픽에서 사상 유례없는 ‘양궁  종목 금메달 석권이라는 금자탑의 기초를 일구어 주었다골프 금메달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위상은 그렇게 더욱 올라가고 있었다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선수들과 함께 현장에서 만끽했다브라질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부럽고도 모든 부문이  체계화된 선진국으로 인식되었다그러나 올림픽 직후 지우마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되어 물러났다그때만 해도 같은 독신이기에 같은 운명이 우리 대통령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했다.  이제  대통령 같은 신세가 되었다힐러리 클링톤도 대선에서 패배하여 쓸쓸한 ‘혼밥족 되었다는 뉴스 사진도 보았다.

 

자동차 인도 공장이 있는 주에서 몇십 년간  수상( 首相) 하며 감방을 오가던그러나 우매한 대중에게는 엄청 인기 있던배우 출신 여자 수상이 재임  타계했다  반짝하던 모계 사회가 붕괴되는  같은 느낌을 준다.  세상 일은 모를 일이다명예가 꼬뚜레가 되고, 50%   만에 5% 되고촛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영국의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만들었다는데우리는 촛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라니 자괴감에 브라질 간부들을 보기가 민망해질  나는 브라질을 떠나게 되었다새로운 정글에서 내가 해야  일이 생겼다.

 

마침 올해 읽은 ‘ 게바라 이야기는 나에게 영웅 신화처럼 다가오고 있기에 한치 망설임 없이 나는  고난의 길로 들어간다. “다시 한번 나의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해야  때가  것을 느낍니다방패를 챙겨 들고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정글로 돌아가는  게바라가 그의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그러나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 인구에 회자되는 그의 유명한 말이다.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나는 타고난 역마살을 실행한다촛불이 빨리 꺼지고 한국이 다시 웅비할 내가 그곳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자동차와 안정되어 한층 격상된 조국의 위상을 자랑스레 이야기할  있게 되길 바라면서….  이것이 나의 ‘불가능한  절대 아니다

 

  전에 브라질을 떠나는  중역이 있었다마지막 송별 회식 자리에서 그를 위해 건배사를 했다내가 술잔을 들고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선창 하면 나머지는 모두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응답하고이별주를   쭈욱 들이켰다. 2016 11 3 나는 6 7개월의 브라질 근무를 마치고 일단 한국으로 들어왔다한두  정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다음 21 전처럼 ‘맨땅에 헤딩해야만 하는 열악한 곳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내게는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곳에 다시 가니까삶에  순간 순간의 인연도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겠다

 

지금  글을 쓰면서 되돌아보니 2016 11 나는 다시 브라질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코뚜레를  스스로 꿰어 넣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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