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7
얼마 전에, 2년 동안 교제한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1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저의 끈질기면서도 집요한 이별 통보를 드디어 성공한 것입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어영부영 시작한 연애가 2년을 채울 것이라는 걸요. 제가 이성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보는 나름의 조건은 '성격'이었고, 그 사람은 성격적인 면에서 나무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또한, 2년 전의 저는 상대의 지식수준, 경제적인 여건, 리더십이나 행동력, 미래 비전, 주변 관계, 외모 등 아무것도 보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이 모나지 않았고, 배려할 줄 알며, 때로는 자기 말이 틀릴 수도 있음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죠. 저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는 강아지 같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마냥, 저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점차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존중'이 아니라, 문제를 맞닥뜨리면 같이 해결하고, 알게 된 지식을 공유하며, 제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리더십을 부리며 저를 이끌어 줄 수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먼저 계획할 수 있는 자질이었습니다.
저는 저의 몸을 잘 돌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을 할 때 제게 우선순위는 '일의 효율성'과 '완성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제 몸에 생채기가 나거나, 타격을 입어도 무시하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니 '화상'을 입어오는 경우가 잦았는데, 그 사람은 화상을 입은 저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혼낼 줄은 알지, 밖으로 뛰어나가 화상약을 사 오는 센스는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했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는지, 예전에 제가 했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마치 처음 안 것처럼 제게 설명해 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서 놀러 가는 날이면, 단 한 번도 식당이나, 카페, 가볼 만한 곳을 알아보거나 예약하지 않고 제게 "어디 가고 싶어?"라고 묻는 사람이었습니다.
과거의 저는 상대의 이러한 행동을 '배려'라고 해석했지만, 현재는 '자기 주관이 없고 리더십이 없는', '선택과 판단을 미루는' 사람으로 비추어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저와 함께할 시간을 고대했더라면,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주변에 들은 좋은 정보를 취합하여 "00가 좋던데, 다음에 같이 가자!" 하며, 계획을 짤 법한데도,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니와, 저 또한 그런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상대에게 불만족을 느꼈던 것처럼 상대 또한 제게 불만족스러웠던 점을 가득 안고 있을 테죠. 맞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고, 친구랑 놀러 가듯, 어디든 상관없는 관계였던 것입니다.
제게 있어서 그 사람은, 남자친구가 아닌, 남동생 또는 친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제가 만일 의존적인 성향에, 공감해 줄 수 있으며, 배려심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찾고 있었더라면, 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현재의 저는 굳이 그러한 관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제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배울 점이 있는 사람, 리더십과 실행력이 남다른 사람, 학구열이 뛰어난 사람을 선호합니다.
그가 제게 습관처럼 했던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나 만나서 네가 이렇게 잘 된 거 아닐까?"
그는 본인이 제 옆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종종 설명하고는 했습니다. 물론 그가 한 말은 전부 가스라이팅의 일부이며, 그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지만, 당시에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그의 살랑거리는 강아지 같은 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응수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실 후회스럽습니다. 그와 함께한 2년 동안, 저는 더 모을 수 있는 돈을 모으지 못했고, 맺을 수 있었던 인연들을 흘려보냈으며, 더 읽을 수 있었던 책들과 쓸 수 있었던 글들을 쓰지 못했으니까요. 이러한 것들이 제게 중요하지 않을 만큼 그 사람과 보냈던 시간이 설레었고 만족스러웠다면 괜찮았겠지만, 우리는 정말 시간만 때웠으니까요.
저는 '운명 같은 만남'이라는 동화 속 이야기를 믿지 않지만, 동화 속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않는 한 연애를 다시는 시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평안한 일상이 이토록, 거슬릴 수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