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Dec 13. 2022

찌질한 글을 쓰는 이유

좋아하던 작가의 책을 읽다 어느 구절에서 시선이 멈췄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 어머니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글을 보면 내 안에 흐르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이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희생 이야기를 보면 그저 부럽고 가늠이 가지 않는다. 자식이라면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당연히 느껴봤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가정하고 쓴 글을 보면 사실 화가 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다루는 내용이 싫었다. 모성애는 당연한 것인가?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나뿐인가? 모두가 어머니의 모성애와 희생과 고마움을 느끼며 자랐는가? 단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 주위에는 자식이 뭘 먹고 다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걱정하고 신경 써주는 집이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이혼가정이 몇이고, 결손가정이 몇이고, 사연 있는 집안이 몇인데, 당연하게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적어놓은 글을 보면 마음을 다잡고 살고 있었는데 괜히 나만 혼자인 것 같아 와르르 무너진다.

보살핌 없이 알아서 묵묵하게 살아가야만 했던 자식의 결핍은 누가 알아주는가.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부족하고 엉성한 나는 왜 이런 말과 글에 돌멩이로 툭 맞은 것처럼 아파야 하는가. 누군가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한평생 가질 수 없는 결핍이고 아픔임을, 그리고 그 아픔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이 아침부터 가슴을 마구 후벼 판다. 어쩔 수 없이 가족 이야기를 피해야 하는, 진실을 말하면 싸해질 분위기를 알기에 더 단단한 척해야 하는, 사실은 누구보다 나약하고 불쌍한 내 삶은 누가 알아주는가.

나는 언제까지 이 길고 긴 터널을 혼자 뚫고 가야 하는가.

부모가 있어도 없는 것만 못한 자식의 아픔은 누가 알아주는가. 모자란 부모를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청년의 무거운 짐에 대해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글은 없는 건가. 나는 그래서 지독하리만큼 아프고 찌질한 글을 쓴다. 세상 어딘가에 누군가는, 나처럼 아픔을 숨기고 혼자서 지독하게 멍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테니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그러니 같이 껴안고 보듬어가며 기왕 태어난 세상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당신의 무겁고 힘든 삶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이지만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당신에게 해주고 싶다.

감히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라고 말해줄 순 없지만 까만 밤일수록 별이 빛나듯 당신의 삶에도 별이 빛나고 있을 거라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축복 속에서 그토록 고대했던 꿈만 같은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우리 조금만 버텨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