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Dec 27. 2022

던지지 않은 돌에도 맞을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옛말이 있다.

 별생각 없이 한 말이나 행동에 생각지도 못한 작은 미물들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뜻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옛말을 되새기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나는 요즘, 던지지 않은 돌에도 맞을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삶이 넉넉할 때도, 팍팍할 때도 있다. 삶이 넉넉할 땐 내 상황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보니 모든 세상을 내 기준으로 바라보곤 한다. 내가 넘치게 행복한 게 아니고, 모두가 이 정도는 살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사회 문제보다는 오늘 저녁 메뉴가 뭘 지가 최대 관심사인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먹고사는 게 팍팍해지니 저녁 메뉴보다는 밥상 물가가, 나아가서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삶이 현실로 다가오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갓 터져 마스크 대란이 일었던 2020년 초반, 지역사회에 마스크 수백 장을 기부한 사람이 알고 보니 폐휴지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했단 사실을 뉴스로 접했던 게 생각난다. 처음엔 ‘그 돈으로 제 몸 간수하기 바쁠 텐데 참.’ 싶으면서도 어려워지고 나서야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나의 상황과 다를 게 없단 생각이 든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는 자발적으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즈음, 과거엔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돌을 제법 던졌단 걸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알 수 있나 보다. 요즘 나는 종종 던지지 않은 돌을 맞곤 한다. 돌을 던진 사람은 없는데, 돌을 맞은 듯 아프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자격지심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깊게 생각해 볼 길이 없다. 한평생 무난한 길만 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한평생 가시밭길을 걷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이 무난한 길과 가시밭길을 번갈아가며 걷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을 감사히 여기지 않고 자격지심을 가진 이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해? 쉽게 생각해.”라고 아무렇지 않게 돌을 던지곤 했다. 그들의 어려움을 쉬움으로 치부했다. 왜 저렇게 사람이 꼬였을까 생각했던 과거의 나는 값싼 줄은 쉽게 꼬일 수밖에 없단 걸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제야 던지지 않은 돌에 맞은 그들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 온 하루가 돌 투성이인데 어떻게 쉽게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자격지심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끊임없는 비교와 비관은 불행의 그늘을 키울 뿐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긴 어려워도 있는 그대로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날아오는 돌을 원동력으로 바꿔보려 한다. ‘내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 ‘내가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로 활용해서 두 배는 세배는 열심히 뛰어보기로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 개구리가 없었는지 되돌아본다. 쉽게 돌을 던지는 세상이라 해도 적어도 나는 그 개구리가 되어본 적이 있으니까. 생각과 내뱉는 말에 불필요한 때가 껴있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찌질한 글을 쓰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