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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29. 2022

"널 이만큼 사랑해. 아니, 이만큼은 빼고 사랑할래."

덜 아프게 사랑하고 싶어


 밝은 성격의 내가 유독 연애에서만은 오랫동안 수동적이고 방어적이었던 이유는,

 한번 마음의 문을 열면 너무 좋아해 버리는 걸 알기에, 내게서 사랑이 너무 커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랑은 늘 어렵다. 마음껏 사랑하고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온도차에 아프게 될, 혼자 끙끙 앓게 될 걸 알기에 또다시 활짝 열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닫곤 한다.

 어쩌면 내 사랑의 반만 사랑해 보기로 하는 게 나뿐만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너무 크면 상대의 사소한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더 큰 파장이 되어 닿는다. 때론 상대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왜곡된 채로 닿아버린다. 사랑이 큰 만큼 쉽게 서운해진다. 상대는 절대 나와 같을 수 없기에, 내 입맛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없다. 머리론 아는데 어김없이 속상하다. 매번 티 내고 싶지 않다.


 나만 서운함을 숨기지 못하는 걸까. 분명 상대도 서운한 순간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티 하나 나지 않는 걸까. 나는 그릇이 정말 작은 사람일까? 왜 작은 것에 기분이 나빴다 좋았다 하는 걸까? 사랑을 하면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문제다, 문제!


 나는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싫다. 나를 보여주는 만큼 상대를 알고 싶다. 내가 물어야만   있는 사랑은 안갯속에 갇힌  같다. 아는 만큼 믿을  있기에, 내가 모르는 시간이, 사람이 있는 사람을 온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상대가 예측 가능한  안에 존재할  안정감을 느끼고 신뢰하곤 했다. 반면에 예상을 매번 빗겨나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다.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단  깨달았다.  알아야 속이 후련하고 사랑하는 만큼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지 않아도 상대를 믿을  있고, 사랑의 크기와 표현의 크기가 다른 사람이 있다. 보이지 않는 노력도 빙산의 일각처럼  아래에 훨씬   빙하가 있을  있음을 헤아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파동에도 요동치지 않는 잔잔하고 드넓은 강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은 마치 고양이와 강아지 같다. 사랑하지만 다 표현하긴 어렵고,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줬으면 하는, 내게 어느 정도 거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고양이의 사랑과 '난 당신뿐이야.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전부를 줄 수 있어.' 하고 외치는 강아지의 사랑. 나는 고양이인 척했던 강아지였나 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해선 사랑에만 꽂혀있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단 걸 깨달았다. 사물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초점을 제대로 잡기 어렵듯이, 사랑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나는 너무 딱 붙어 내 시선대로만 상대를 보려 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쪽도, 저쪽도 보면서 가끔 사랑도 들여다봐야겠다. 그럼 내가 바라던 대로 느린 걸음으로 오래도록 따뜻한 사랑을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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