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가족들
올해 2026년이 되면서 난 조울증 6년 차가 되었다.
동시에 우리 가족들은 조울증을 가진 가족을 둔 지 6년이 되었다.
우리 가족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다.
나의 부모인 우리 아빠는 많이 여리고 또 여린 사람이다. 하지만 내 일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되는 게 우리 아빠다. 본인에게 아무리 많은 고난과 환난이 와도 내 앞에선 다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우리 아빠다.
너무너무 소중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기 때 엄마를 하늘로 보낸 언니와 나를 거둬주신 참 고마운 분들이다. 당시 20대였던 아빠는 부모님에게 딸들을 맡기고 돈을 벌러 다녔다.
그 덕에 언니와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매년 생일을 보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본인들의 불행보다 남의 불행에 더 크게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이다. 강해 보이지만 한없이 여린 우리 할머니는 언니와 나를 누구보다 더 올바르게, 선하게, 믿음의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하셨고 그렇게 키우셨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을 보면 참지 않고 나서는 사람이 우리 할머니다.
또 우리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선한 사람이며 동시에 강한 사람이다. 우리 집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온몸으로 해내고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다. 우리 할아버지 역시 가족들에게, 아니 그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온화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를 지금까지 키워내면서 언니와 나에게 모난 소리 한 번 안 하신 분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기분 나쁠 소리를 안 하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우리 큰아빠는 돈 벌러 다니는 아빠를 대신해 언니와 나의 아빠 역할을 해준 사람이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우리의 육아를 도운 것도 역시 큰아빠다.
마지막으로 3살 차이 나는 우리 언니는 참 무뚝뚝하고 애정표현 없는 사람이지만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실 우리 언니는 애교도 있고 그렇게 무뚝뚝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조울증이 생긴 동생을 곁에 두면서 동생에게 모진소리 한 번 안 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사람이 바로 우리 언니다.
이런 최고의 가족들을 둔 나는.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싶다.
6년간의 조울러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상처도 많이 줬다.
또, 나 하나 때문에 온 가족이 우울증 약을 먹고 있고, 먹었었다. 이외에도 다른 불편한 행동들이 많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는 죄책감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가 없다.
나는 언제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있지만 정작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아니, 나를 사랑하려 해 봐도 가족들에게 했던 상처 줬던 말과 상처 줬던 행동들, 불편함을 줬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나를 사랑하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이 죄책감을 싹 덜어내고, 비워내고 온전히 나를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가족들이 날 사랑해 주는 것처럼, 내가 가족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