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도화지와 구름 화백

어른과 함께 읽는 이야기 2

by 크리스틴

가을이 다가오는 어느 주말 오후에 포실별은 아기 의자에 안전띠를 매고 누워서 창밖 풍겅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날씨가 좋다며 창문을 살짝 열어 놓고 청소를 했기 때문이에요. 햇살이 강렬했지만 아기가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은 굉장히 의젓해서 엄마는

“포회장님, 일광욕 잘하세요.”

라며 웃었습니다. 엄마의 다정한 얼굴에 아기도 기분이 좋았지만 눈이 너무 부셔서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반쯤 감았어요.


그때였어요.

“아가야~ 눈이 부시지 않게 내가 좀 가려줄게.”

누군가 해를 반쯤 가리자 정말 모든 것이 편안해졌습니다.

“너는 누구니?”

“구름이야, 네 앞에 하얗게 동글동글 뭉쳐진 게 보이지? 그게 나야.”

“신기하다, 너는 어떻게 눈부신 걸 막아줄 수 있니?”

“나의 임무는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거야. 지금은 네가 눈부시지 말라고 태양을 가리는 그림을 그렸어. 어떤 때는 조금 전처럼 꽁꽁 숨어서 하늘을 파랗게만 만들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게 하기도 한단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 아기는 기분이 좋아서 팔다리를 휘저으며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때마침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서 발코니에 있던 작은 화분의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렸어요.


“네가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거구나. 멋지다~”

“나도 하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그런데 너는 환하고 파란 하늘에만 그림을 그리니?”

궁금한 것이 많은 포실별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습니다.


“하늘 도화지가 언제나 맑고 파란 것은 아니야, 어떤 날은 연한 하늘색이고”

“연하거나 진한 회색인 날도 있어. 심지어는 깜깜한 밤하늘의 까만색 도화지일 때도 있단다.”

“여러 가지 색깔의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니? 매번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거야?”

“똑같은 그림을 그린 적은 없어.”



KakaoTalk_20251105_205223307_01.jpg

“새털 모양의 자화상을 그릴 때도 있고 양떼 모양의 그림도 그려.”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세찬 빗줄기를 그릴 때도 있고”

“방금 전처럼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가느다란 빗방울을 같이 그리기도 해.”



“우와~ 대단하다! 스스로 변신하는 거야?”

“아니~ 우주의 조종사가 다양한 그림을 그리도록 만들어 준단다.”

“밤하늘의 까만 도화지에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도 가르쳐 줄래?”


KakaoTalk_20251105_205223307.jpg

“어둠을 밝히는 달이 돋보이게 하거나 별들과 어울리게 그려.”

“가끔 구름인 내가 달을 반쯤 가리게 할 때도 있구~.”

"하얀 눈이 펑펑 흩날리는 하늘과 세상을 그리기도 해.”


아기는 알겠다는 신호로 눈을 깜빡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우리 포실별 잠들었네요.”

“어머~~웃고 있어요, 햇살과 바람이 참 좋은 날씨에요.”

아기는 꿈속에서 계속 구름 화백과 얘기하면서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KakaoTalk_20251105_193252359.jpg


매거진의 이전글목욕 천재 포실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