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먹는 다섯 가지 방법
걷기 운동이 걷기 명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할 때, 식탁에는 점점 콩요리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콩을 잘 안 먹었다. 그나마 두부, 콩나물은 자주 먹는 편이었지만, 콩요리 자체를 멀리했다. 콩 비린내를 싫어하는 것도 있었지만, 나름 아픈 기억이 하나 있어서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린 나의 기억에 콩은 가세가 기울어진 우리 집 구원투수였다.
장사와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부모님은 몇 차례 아랫 직원의 횡령 사건과 가게 화재 등으로 심각한 재정 적자를 안고 결국 모든 일을 접은 후, 다른 동네로 이삿짐을 꾸리셔야 했다.
그해 겨울 어린 나는, 심각하게 귀앓이를 했다. 지금도 가끔 몸이 안 좋으면, 오른쪽 귀가 몹시 아프다.
당시 가족이 생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 콩국을 진하게 우려 국수를 말아 파는 콩국수 장사였다.
그런데 어린 나는 진한 콩국이 어찌나 싫었는지 절대 입에 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 그것은 슬픔이 가득한 한 끼였다.
콩국이 그릇에 담길 때 흘러내리는 모양새는 울컥울컥 슬픔이 넘치는 진한 눈물 같았다.
그 후에도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는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그 당시 콩국수 장사는 한철 장사였고,
우리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며, 이 장사를 접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몇 바퀴를 지나고 나니 웬걸?
사연 많던 그 콩은 이제 내 식탁 위 주성분이 되었다.
갱년기에 언제나 등장하는 품목 중 콩은 두유, 콩물, 된장, 간장, 고추장의 베이스이고
두부, 콩나물, 콩조림, 등등 모든 요리에 빠지지 않는다.
요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몇 가지 다이어트 두부 요리를 보자.
첫째, 순두부와 달걀 그리고 오트밀은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아침에 이것만큼 빠르고 간편한 요리도 없을 터. 물, 순두부, 오트밀, 달걀을 넣어 끓이다가 맛술과 우동 다시간장을 살짝 첨가하여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건강에도 좋다.
둘째, 보리, 찹쌀현미, 흰강낭콩, 병아리콩, 렌틸콩 등을 삶아 갈아 구운 말랑한 콩요리는 밥이나 떡, 빵 대신 만들어 먹는 프라이팬 요리다. 이것을 만들어 냉동했다가 빵이나 떡이 먹고 싶을 때 하나씩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흰강낭콩은 배고픔을 잊는 파세올린 성분이 많아서 허기지지 않는다. 시중에 떡은 쌀가루를 빻아 만들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현미와 보리를 같이 밥을 지어 삶은 콩만 살짝 갈아 반죽을 만들면, 씹히는 것이 많아 떡보다 지속력이 오래간다.
셋째, 식초검은콩은 생콩을 식초에 담가 뒀다가 갈아서 소스로 쓰거나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피클 대용으로 사용한다. 은근히 올리브유와 이것의 조합은 놀랍도록 샐러드 소스에 어울린다.
넷째, 후무스. 병아리콩은 다이어트 기간 중 가장 자주 먹은 것 중 하나인데. 맛도 좋지만 간식 대용으로 먹을 수 있어서 입 터짐 방지용으로 최고다.
다섯째, 콩샐러드이다. 콩을 불려 삶아 두었다가 각종 야채에 함께 곁드리면 한끼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엔 우리 몸이 부지런해진다.
일일이 그날의 먹을 음식을 계획하고 식단을 짜고 남기는 식재료가 없나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내 몸에 대한 일종의 실험 정신이나 도전 정신으로 무장되어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근성도 필요하다.
앞서서 마음의 용서와 지난 시간에 대한 내려놓음을 걷기 명상으로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정화되어 가고
그 정화된 몸에 적절한 수분 섭취와 콩요리가 채워지면,
어느새 끓어오르는 부화와 열감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