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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리셋하다

식사를 시뮬레이션합니다

by 리플로우

다이어트를 하면서 생각했다.


'살 빼기 위한 가공식이 제법 많구나.'


시중에 나온 단백질 음료나 단백질 보충제는 맛을 위해 가공을 거치기에 지속가능한 완전식품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굶으면 몸이 상하고, 간편식을 완전히 끊어내기도 쉽지 않다.

간편식을 보면서 생각했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우리가 먹는 음식도 과연 발달하고 있나?'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원시인보다 질 좋은 자연식은 멀어지고 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진자 속에 갇혀 우리 몸이 병들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미국의 경우 짜고 단 냉동식품이 식단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이를 섭취한 사람들은 비만에 시달린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비만을 고치겠다고 비싼 위고비를 맞는다. 살이 찌는 것도 살을 빼는 것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에는 가급적 가공식을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며 올바른 다이어트로 향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좀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무엇일까?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가상의 식사 무대를 연출하고 실행하자"

특정 공간이 우리의 믿음을 형성하고, 이것이 습관으로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보고 들은 바이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나 현상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이러한 습관은 우리 삶의 태도와 에너지를 구성하고 일종에 반복적인 무늬를 그린다.

먼저, 하얗고 뽀얀 밥이 주인공인 우리의 밥상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그리고 천천히 식사 순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억해 보자. 일종에 식사 전 리허설을 가상의 머릿속 공간에 그려보는 것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는 나의 다른 생각은 일단 배를 채울 목적으로 간단한 햄버거, 라면, 짜장과 짬뽕, 배달 음식을 떠올리며, 속으로 '그 생각은 배 부른 사람들이나 하는 어리석은 짓이야.'라고 악마의 속삭임이 먼저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소리에 귀를 닫고 그림을 그리듯 식사하는 순서를 기억해 보자. 아마 기억이 아닌 자동적인 먹는 행위에 대해 나 자신이 이토록 무관심했는가 발견하면서 새삼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설 것이다.


'그래, 밥부터 먹고 국을 먹고 반찬을 먹는 이 세 가지 행동에서 단지 무엇을 중심에 두는 것이 더 나은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네.'


이제 이 순서에서 나의 초점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보자. 쌀밥이 아니라 삶은 감자나 고구마, 토마토나 구운 콩, 여러 채소와 두부 등이 첫 번째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사 순서는 이 새로운 주인공들(채소나 두부)을 먼저 영접하고 난 뒤 국이나 반찬 등을 먹고, 마지막에 쌀밥을 초대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가상의 연출을 여러 번 반복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생각보다 밥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배부른 경험을 얻는다. 이 순서는 처음에 낯설고 힘들다. 오랜 식습관을 한 번에 고치기 힘드니 아무래도 적잖은 노력이 동반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실제로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국과 밥에 눈이 닿을 때마다 수저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도 하였다.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식사를 유쾌하게 돕는 것으로는 예쁘고 작은 식기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최근 청년 마켓에서 구입한 앤 셜리가 그려진 작은 접시를 사용해 마치 소꿉놀이 하듯이 나만의 간식 시간에 애용하고 있다. 예쁜 그릇은 기분을 전환하고, 하루를 가볍게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앤 셜리가 그려진 접시와 간식의 사레(냉동 아보카도, 냉동베리, 아몬드, 볶은 서리태, 그릭요거트)


가상의 식사 연출을 마음속으로 그려 본 후, 식탁을 재구성하면 기대에 부응한 식사로 이어진다. 이때 당신의 마음 가짐은 다음과 같이 바뀔 것이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목적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이루는 근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광고 속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가공식의 유혹에 세뇌되었다. 그 가공식을 광고하는 모델은 그 가공식을 매일 먹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우리는 어느덧 가장 기본이 되는 내 몸에 필요한 자연식, 행복을 위한 공간 연출, 느리게 진행하는 식사 시간에 대한 감사와 신성성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갱년기의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고, 살을 뺀 연예인들이 또 살을 빼라고 부추기는 성화에 나의 몸을 내맡기는 생체 실험의 장이 아니다.

다이어트는 우리가 잘못 알고 실천했던 소비자 정보를 바로 잡는 올바른 행동유도 프로젝트의 실행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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