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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겸 Oct 27. 2024

나는 언제쯤 외로움을 즐길 수 있을까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

 일이 일찍 끝났다. 사실 주말에도 일을 한 것이니 '일찍 끝났다'기보다는 '일을 더 했다'가 맞는 말이긴 하다. 왜인지 밖에 나서지 않으면 집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데 집 밖에 나오기만 하면 들어가기가 싫다. 내게 주어진 저녁이 낯설어서일까, 나를 맞이할 것들이 너무도 익숙해서일까.


  뜬금없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차에 몸을 싣고 움직인다. 전에도 종종 갔던 곳이지만 어쩐지 전보다 멀어진 기분이다. 가는 길도 좀 더 예뻤던 것 같은데…. 자꾸 옛날 생각이 나서 목적지를 바꿔본다.


 한강에나 가서 누워있을까 하다 갑자기 다 흥미가 없어져버렸다. 처음부터 갈 곳이 딱히 정해져 있던 여정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은 외로웠다. 그냥 막연히 어딘가 내가 머물 곳이 있겠지 넘겨짚어보지만 그때까지 이 외로운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은 날 더 외롭게 했다.


  드라이브는 즐길 만큼 즐긴 것 같은데. 시계를 바라보니 6시. 정직하게도 배가 고팠다. 가장 가까운 곳에 먹을 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내비게이션을 찾아보다가, 호수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다. 노을이 물드는 가을 하늘을 좀 더 즐기고 싶어서 호수 근처를 거닐며 맨 눈에 풍경을 담았다. 다들 어쩜 그리 잘 살고 계시는지. 이런 감정을 마주할 때면 문득문득 댐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주체를 할 수가 없다. 혹시 나만 그런 건지. 그럼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하고.


 나만 빼고 모두 정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데. 결국 내 답은 내가 찾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그래도 그렇게 외로움에 흠뻑 잠겼다가도 다시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본다. 멈출 수 없는 벨트 위에 서있어 원치 않아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되돌릴 수도 느리게 갈 수도 없는 이 세계에서 그래도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고 여기에 남아 시간을 온몸으로 맞아내며 싸우고 있는 내가 기특하니까 오늘은 샤인머스캣 크루아상을 먹어야겠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이번주에는 핫라떼를 개시했다. 그래도 아메리카노는 얼. 죽. 아.)


 나는 언제쯤 외로움을 즐길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외로울 틈 없이 꽉 차있어서 세상을 모두 따돌리고 혼자만의 세계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되어야 즐길 수 있을까. 아직 나에게는 그저 견뎌내야 할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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