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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후선 Dec 19. 2024

신이 만든 이중장금장치 ‘성격’

 교만해진 인간은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 신에게 도전했다. 이에 노한 신은 인간의 언어를 서로 다르게 했다. 언어가 달라진 인간은 소통이 어려워졌고, 결국 바벨탑은 무너지게 되었다.      


 언어는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다. 비록 인지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언어가 어둔하면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의심하게 된다. 

 아는 지인의 언니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이 사고로 신경에 문제가 생겨 몸도 언어도 어둔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이런 딸이 안쓰러워 혹시 결혼하여 부부관계를 가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결혼을 주선했다. 이렇게 부모님이 주선한 신랑은 지적 수준은 조금 낮지만, 형편이 부유하고 외모가 출중했다. 

 지인은 본인이 결혼한 우리 웨딩숍에서 결혼식을 치르고자 찾아왔고 조금 힘든 점은 있었지만, 결혼식은 무사히 잘 치러졌다. 얼마 후, 나는 지인의 언니가 신랑과 소통이 쉽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부는 비록 언어가 어둔하지만, 인지가 어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 경상도 친구와 서울 친구가 서로 답답해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상도 친구가 서울 친구에게

  “이게 뭐꼬?” 하니 서울 친구가

  “뭐꼬가 뭐니?” 하며 되묻는다. 

  그러자 또다시 경상도 친구가

  “뭐니는 또 뭐꼬?” 한다.

   이 정도의 작은 차이에도 소통이 어렵다. 신의 선견지명은 참으로 대단했다.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남편은 금고를 장만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도둑이 들어 현금과 금붙이를 모두 잃어 본 경험이 있는 남편은 다시는 도둑을 맞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편의 해법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금고는 우리 집에서 제일 찾기 힘든 곳에 자리 잡았다. 그런 금고 속에 들어있는 것이 ‘라면’이다. 라면을 좋아하는 남편이 아이들이 자주 먹지 못하도록 숨겨놓은 것이다.

 신 역시도 인간에게 이중잠금장치를 해 놓았다. 신은 인간들의 소통을 막고자 서로 다른 언어와 함께 강력한 장치 하나를 더 보탰다. 이런 신의 이중장치는 막강했기에 인간들은 전보다 더 갈등하며 싸웠다. 그 막강한 장치가 바로 성격이다. 신은 인간에게 성격이라는 자기만의 지도를 주어 세상을 살아가도록 하였던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가 독특한 자기만의 성격이라는 지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각자가 가진 삶의 지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리고 본인의 지도도 잘 알지 못한 채. 이로 인해 인간은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도.

 신의 선견지명은 참으로 잘 들어맞았다. 신이 만든 이중장금장치는 아주 막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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