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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후선 Dec 19. 2024

나랑 잘 어울리는 사람은?

  성격 이야기를 하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잘 맞는 성격유형이 있다던데 저랑은 어떤 성격유형이 잘 맞을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고 나쁜 성격이 없듯 잘 맞고 안 맞는 성격도 없어요. 어떤 성격유형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무리 잘 맞는다는 성격유형이 만나도 인격이 맞지 않으면 헤어지게 되고, 아무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성격유형이 만나도 인격이 맞으면 문제없어요. 어떤 성격유형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인격이 어떤가가 중요한 것이죠. 그러니까 성격 맞는 사람 찾지 말고 인격이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드라마를 보면 늘 착한 사람과 이 사람을 괴롭히는 악한 사람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악한 사람 옆엔 늘 환상의 짝꿍이 있다. 자기와 똑 닮은 악한 사람이다. 악한 이 두 사람은 궁합이 찰떡이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렇듯 인격이 잘 맞는 사람들은 참으로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인격이 맞지 않으면 같이 살 수가 없다. 서로 생각하고 바라는 기준이 달라서 함께 할 수가 없다. 

  

 성격은 가로축과 세로축을 가지고 있는 다축 체계이다. 여기서 가로축은 성격유형이고 세로축은 인격이다. 성격은 영어로 ‘Personality’다. 그런데 인격도 영어로 ‘Personality’다. 우리는 성격과 인격을 다른 개념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데, 서양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 인격을 성격의 한 부분으로 묶어 세로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에서는 성격을 9가지로 구분한다. 그리고 각각의 9가지 성격은 다시 9가지 인격으로 구분한다. 혈액형으로 비유하자면 A형을 다시 A 1단계, A 2단계, A 3단계, A 4단계, A 5단계, A 6단계, A 7단계, A 8단계, A 9단계로 구분하는 것이다. 인격의 1단계, 2단계, 3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다. 4단계, 5단계, 6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마주하는 보통 대부분의 사람이다. 그리고 7단계, 8단계, 9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나쁜 사람들’ 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흔히 성격이 바뀌었다고 생각되는 주위 사람들은 성격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인격이 바뀐 것이다. 그 사람들은 인격이 7단계나 8단계에서 건강한 단계로 올라갔거나, 혹은 3단계나 4단계에서 나쁜 단계로 떨어진 사람들이다. 즉, 성격이 바뀐 게 아니라 착하고 나쁜 것으로, 인격이 바뀐 것이다.  

   

 “어제 뉴스 봤어? 지금 모두가 그 사람 얘기더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무 한 거 아니야?”

 가끔 유명인의 행동에 대한 비난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비난들은 소위 우리가 ‘인격’이라 생각하는 부분과 관련 있다.

 사전에서 인격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의미한다. 비슷한 단어로 됨됨이와 인간성을 들 수 있다.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인격이란? 개체의 노력 혹은 수양으로 형성된 특징에 한정하여 사용하는 말이다. 성격은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인격은 도덕적 평가를 받아 칭찬이나 비난에서 언급되는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인격은 성격과 달리 ‘높다’ ‘낮다’로 평가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보고 인격이 높다고 하는가? 지위가 높은 사람? 가진 것이 많은 사람? 많이 배운 사람? 보통 인격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직하고 자비롭고 이해심이 깊으며,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볼 때 “저 사람 진짜 인격이 높은 것 같아!” 한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지위가 낮더라도 인격과는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인격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는 도덕적인 품성, 책임감, 성숙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등이 있을 것이다. 높은 인격은 이러한 긍정적인 특성들을 대표한다. 이에 반해 낮은 인격은 도덕적 결여, 불성숙, 자기중심적인 행동, 타인에 대한 무시 등 부정적인 특성들과 관련된다.     

 ‘인격이 높다’는 표현은 보통 ‘인격이 성숙하다’로도 사용된다. 성숙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이 자라 어른스러워지다’ 이다. 인격과 성숙의 사전적 의미를 미루어 볼 때 마음이 건강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인격이 높은 사람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된다. 정직하고 자비롭고 이해심이 깊으며,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맑고 건강한 사람이다.


 본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다면 성격 맞는 사람이 아니라 인격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 만약 본인이 인격이 높은 사람을 찾는다면 본인의 인격을 높여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인격을 높일 수 있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 답은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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