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인의 소개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 내가 속해 있는 대구지부에서는 매년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출소자를 대상으로 무료 결혼이벤트를 진행했다. 나는 웨딩숍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그 이벤트를 담당했다. 다년간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두 쌍의 신랑신부가 있다.
매년 9월이면 담당자는 이벤트가 언제 열리고 신랑신부는 몇 쌍이며, 언제쯤 드레스를 보러 갈건 지를 알려준다. 그러고는 며칠 뒤 모두를 데리고 웨딩숍을 방문한다.
그 해도 늘 하던 대로 담당자는 신랑신부들을 데리고 웨딩숍을 방문했다. 그날따라 한 쌍의 신랑신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여러 해 동안 이벤트를 맡아 하면서 많은 팀을 만나봤지만, 그렇게 인상 좋은 신랑신부는 처음이었다. 60대로 보이는 그들은 인상도, 말씨도 매우 지적이고 고상했다.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 다정하면서 예의 바른 묵직한 목소리는 단연 눈에 띄었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고르고 돌아갈 때쯤 신랑은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전했다.
“아이고··· 원장님, 참말로 고맙습니다. 원장님 덕분에 이 사람 드레스를 입혀주네요. 드레스가 너무 예쁩니다.”
신부도 차분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살아생전 드레스는 못 입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드레스를 입네요. 원장님 복 받으실 거예요”
그 말에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울컥했다. 모두 드레스와 턱시도를 고르고 돌아갔지만, 나는 두 사람의 죄명이 궁금했다.
‘마흔이 넘으면 본인 얼굴에 책임을 지란 말이 있는데, 도대체 그 신랑신부는 어떤 범죄로 교도소를 다녀왔을까? 그렇게 좋은 인상으로, 왜일까?’
망설이다 결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팀장님···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음··· 내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봐요. 아까 인상 좋은 그 신랑신부님 범죄명이 뭐예요? 혹시 교통범죄인가요?”
팀장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아! 그 두 사람요. 두 분 모두 살인이에요. 장기수 재소자는 펜팔을 할 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장기수여서 교도소에서 그렇게 만났어요. 그래서 60이 넘은 지금에서야 식을 올리는 거예요”
다른 한 쌍의 신랑신부 얘기다.
담당자와 함께 들어오는 8쌍의 신랑과 신부 중 머리 뒤에 후광을 달고 들어오는 한 신랑이 있었다. 그를 보면서 ‘와우! 연예인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신랑과는 달리 신부는 터무니없이 못난 외모였다. 신랑은 외모만이 아니라 성향도 다른 신랑들과는 조금 달랐다. 보통 신랑들과는 다르게 신랑은 신부의 드레스에 별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턱시도를 입는데 옆에 있는 신부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신랑의 부탁에 따라 턱시도 입는 것을 도와주던 중 깜짝 놀랐다. 발목에 전자발찌가 만져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진 신랑이 성범죄자라니···, 가만히 있어도 여자들이 좋다고 줄을 설 텐데···”
나의 이런 의문은 성격 심리를 공부하면서 해결됐다. 앞서 얘기한 인상 좋은 신랑과 신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인격이 높아 보였기에 눈에 띈 것이었다. 그러나 잘 생긴 신랑은 인격이 높아 보였기에 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인물이 좋아서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 좋은 인물에 낮은 인격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마 내가 생각해볼 때 인상 좋은 신랑과 신부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는 인격이 높지 않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형을 살면서 새로운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변화는 그들의 인격을 높게 바꿔 놓았을 것이다. 그 결과 60이 넘어서는 좋은 인상을 나타내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짜증 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얼굴에 짜증 난 인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를 깨닫고부터는 짜증 날 때마다 얼굴에 짜증이 묻어나지 않도록 입꼬리를 올린다. 입꼬리를 올리면 부드러운 인상이 된다. 그리고 얼굴이 부드러워 지면서 마음도 편안해 진다. 마음이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