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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하여 #2.

by 겨울색하늘

커피에 대하여 두 번째. 원래 이어쓰기는 바로 연재가 규칙이지만 연휴인 동시에 출장 준비도 해야해서 조금 늦어졌다.
아마도 스스로가 그다지 착실한 학생이 아니었으며, 커피가 각성제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지난 편이 마무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으음──, 이렇게 다시 읽다보니 새삼스럽게 괜한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부끄럽군요.
여하튼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커피를 처음 먹기 시작한 곳은 아무래도 에티오피였던 모양이다. 산악지대의 한 목장에서 붉은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밤에도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는, 호기심에 칼디(Kaldi)라는 목동이 그 열매를 먹어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정신이 맑아지고 기운이 솟았다는데,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다 그렇듯이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 목동은 엄청난 발견으로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렇게 커피를 자주 마시다보니 아무리 맛에 둔감한 나라도 커피 맛에 민감해지기도 하고, ‘매번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면서 사먹는 것도 꽤나 번거로우니까’ 라는 이유로 스스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라는 기특한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다. 즉, 바리스타를 꿈꾸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는 이야기. 그렇다고는 해도 딱히 직업으로써의 바리스타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고.
그렇게 일단 이것저것 커피에 대한 서적을 펴보기 시작했는데, ‘맛있는 커피는 맛있는 원두로부터’ 라는 훌륭한 지침을 발견했던 것이다.
원두라는 건 커피나무의 열매인 생두를 로스팅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결국 이것도 열매이기 때문에 과실을 맺는 커피나무의 성장 환경, 이를테면 기온, 강수량, 토양 환경 등이 원두의 맛에 상당히 중요한 모양이다. 뭐, 와인을 빚을 때도 포도의 원산지가 중요한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세계 3대 커피 원두로 널리 알려진 품종이 있는데, 아라비카, 로부스타 그리고 리베리카가 그것들이다, 리베리카 종은 병에는 강하나 가뭄에 약해 지금은 거의 생산량이 없고, 현재에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7 대 3의 비율로 유통된다고 한다. 아라비카 종은 기후나 토양에 민감해서 재배하기 까다로워 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뛰어난 감칠맛과 향기로 시장의 70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커피 소비자들이 커피의 맛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반면, 로부스타 종은 주변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잘 자라지만 맛이 떨어져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주로 쓰이는 모양이다.(나는 인스턴트 커피도 좋아하는데) 뭐, 교역에서는 콜롬비아 커피를 중심으로한 마일드라는 종류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종종 커피를 사러 근처 마트에 가면 판매 중인 원두의 원산지 표기를 확인하게 되는데, 나라와 재배지역이 꽤나 구체적으로 쓰여 있는 것이 있는 반면, 나라 이름만 달랑 성의 없이 표기된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는 부드러운 신맛, 향기 등으로 세련된 커피, ‘커피의 귀부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커피의 이런 맛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이르가체페 지역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당연히 각 농장별 품질 관리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신뢰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반면 달랑 국가 이름만 표기된 경우에는, 그 국가에 있는 모든 농장이 품질에 대한 부담을 나누게 되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전부 그렇다고 볼 수만도 없겠지만)
이렇게 커피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고 한동안은 커피 선택에 꽤나 까다로웠지만, 그것도 이젠 피곤해서 ‘뭐든 아무렴 어때, 커피라는 게 중요한 거지.’라는 태도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건 비단 커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뭐든 공부를 하고 나면 한동안은 식지 않고 따끈따끈하게 채워진 지식을 어떻게든 사용하고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큰둥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도대체 왜──?’라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고 말았지만, 결국은 가볍게 들어버린 습관에 무거운 이유들을 덧붙이기 시작하면 그만큼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아아──, 아마 앞으로도 커피는 그만둘 수 없겠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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