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리 긴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짧다고 여겨지는 그 사이에서 조차도 참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다. 며칠 전 퇴근길에 회사 앞에서 친구를 만나 잠깐 커피를 한 잔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했는데, 카드리더기에 무려 1,200원이 찍히는 걸 보고는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가의 상승을 새삼 세월의 흐름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 것도 그간 스스로가 꽤나 세속적인 방향으로 변해왔구나 안타까우면서도, 역시 체감할 수 있는 수치적인 변화만큼 시간의 흐름을 확실하게 실감시켜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그러니까 초등학생이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는 바람에 등교까지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는데, 덕분에 열 장 묶음의 회수권을 사나흘에 한 번씩 사러 가야 했다. 한 장에 250원이었으니, 지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문구점에서 불량식품 한 개 조차 사먹을 수 없는 돈이지만, 그 당시에는 문구점에서 맥주사탕과 다른 불량식품을 사고도 50원이 남는 돈이었다. 초등학생에겐 이건 어느 정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어서, 종종 친구에게 회수권 한 장과 동저 몇 개를 교환해서 과자를 사먹고는 집까지 꽤 먼 거리를 걸어서 오기도 했다. 필연적으로 늦은 귀가에 혼이 난 적도 꽤 많았지만, 과자의 달콤함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으음──, 이건 혼나는 게 당연하지.’ 라는 태도로 무덤덤하게 꾸중을 견뎌냈으니, 그건 그거대로 괜찮았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은 요금표에서 당시보다 두 계단을 올라 있으니, 비교를 하려면 당시의 성인 요금을 알아야겠지만, 당연히 기억이 날 리가 없다. 그리고 사실은 버스요금 보다도, 시간의 흐름이라고 하면 역시 과자 값의 상승이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예를 들면, 당시의 100원 정도면 하나로 아폴로 한 봉지를 살 수 있었다. 한 봉지에 서른 개 정도의 사탕 막대가 들어있어서, 하굣길에 친구들과 걷는 동안 하나씩 먹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딱 알맞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작은 은색 동전 하나로는 아폴로를 살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사탕 막대도 그 당시의 절반 정도만 들어있다. 실제로 지금은 동전 한두 개를 가지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동네 구멍가게 앞에 옹기종기모여 재밌게 즐겼던 작은 게임기조차도 이젠 동전 서너 개 정도는 넣어야 작동한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은색 동전 몇 개를 움켜쥐고 신나서 친구들과 놀러나갔던 그 시절과는 다르다. 분명 그 때와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막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욱 안타깝다고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이건 여담이지만, 회수권보다도 더 이전에는 토큰이라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사용해본 적은 물론이고 본 적 조차 없으니 얼마나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에는 문구점 앞에 오락기도 없었을지도. 그저 단순히 내가 관심이 없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사람들은 지금의 오락실이나 버스요금 지불 방식을 보고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을까.